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 위원장에게 건넨 선물을 놓고 억측이 무성하다.

현 회장은 방북 7일째인 지난 16일 묘향산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오찬을 겸한 면담을 하면서 선물을 전달하고 이튿날 귀환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현 회장은 김 위원장에게 선물을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은 사의를 표한 뒤 현대그룹의 선임자들에 대하여 감회 깊이 추억하면서 동포애의 정 넘치는 따뜻한 담화를 했다'고 당일 보도했었다.

현 회장이 손수 챙겨 간 잠옷과 건강 관련 책을 김 위원장에게 선물했고, 김 위원장은 은도금 식기 세트를 답례로 줬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 측의 입장은 이에 대해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이 어떤 선물을 주고받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룹 실무자들도 "선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만,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현 회장이 선물의 실체에 대해 그룹 관계자들에게도 말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답례로 현 회장과 면담에 배석한 현 회장의 딸인 정지이 현대 U&I 전무에게도 선물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이것도 베일에 싸여 있다.

현 회장은 앞서 지난 10일 평양 방문길에 오르기 전에 고가의 사치품 등 정부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하는 품목의 반출 승인을 따로 요청하지 않았다.

현 회장이 김 위원장에게 준 선물이 `정성이 담긴 수수한 선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이다.

과거에 김 위원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노인성 질환 치료에 좋다는 산삼을 두 번씩이나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1999년 12월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참석하는 북한 인사를 통해 정 명예회장에게 산삼 10뿌리를 전달하는가 하면, 2000년 8월에는 고 정몽헌 회장 일행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산삼을 전달했다고 북한 주간 통일신보가 당시 보도했었다.

그러나 현 회장이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과 주고 받은 선물에 대해서는 북한 매체들이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