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에 판매한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잇따라 도래할 예정이어서 시중은행들이 고심하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터지자 안정적으로 중장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7%대까지 잇따라 인상했었다.

최근 은행권의 1년 만기 예금금리가 3~4%대로 낮아진 상태에서 만기가 돌아올 경우 예금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예금 재유치를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특판 예금 판매를 검토 중이다.

1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과 10월 예금은행이 취급했던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6.00%와 연 6.28%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신규 취급된 정기예금의 금리 수준별 분포를 보면 6.0∼7.0% 미만이 32.3%, 7.0% 이상은 31.7%로 6% 이상 금리를 주는 예금 비중이 총 64%에 달했다.

이 중 만기가 1년 이상 2년 미만인 예금 비중은 70%를 넘는 것으로 집계돼 상당 부분은 오는 9~10월 만기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은행은 지난해 1년짜리 고금리 특판예금을 앞다퉈 팔았었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에서 9월 18일까지 특판예금을 선보여 약 2조2천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금리는 1년 만기 기준으로 6.4∼6.5% 수준이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1년 전 팔았던 예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현재 영업점에서 본부우대 금리를 19일 기준 6월 말 대비 0.45% 포인트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앞으로도 만기도래하는 정기예금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금리 인상이나 특판 취급을 검토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개인예금에 대해 시장금리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를 주더라도 다시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4분기 만기 도래하는 정기예금 상환에 대비해 자금 조달을 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적정금리를 제시해 정기예금을 다시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예금 만기가 돌아오면 재유치할 확률이 70% 이상 된다"면서 "하지만 최근 예금금리가 낮은 데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특히 출구전략이 시행돼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조달금리가 상승할 것을 대비해 미리 중장기 예금 조달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달 12일부터 2년 만기는 연 5.0%, 3년 만기는 연 5.5%의 예금상품을 선보여 6영업일 만에 1천억 원어치를 유치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조금씩 오르는 상황에서 예금 가입을 주저하던 고객들이 5%대 금리를 제시하자 마음을 바꿔 많이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