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 "담배.두부.콩나물 팔지말라"
대기업 "소비자 편익도 중요..양보어려워"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중소상인과 유통 대기업들이 팽팽한 의견대립으로 상생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유통 대기업의 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측은 상생방안을 마련키로 약속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은 슬그머니 SSM 개장을 시도하고 있고, 중소상인 측은 전국적으로 사업조정 신청을 내며 SSM 확산 저지에 나서는 등 양측 간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체인스토어협회와 슈퍼연합 측은 그동안 수차례 만나 상생방안을 논의했으나 사실상 민간 차원의 상생방안 마련은 어렵다고 보고, 정부의 조속한 해결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수퍼연합 측은 SSM의 허가제, 영업시간 단축, 판매품목 제한, 중소 상인을 위한 유통산업발전 기금 조성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SM 개점에 대한 법 규정을 허가제로 규제해야 하며 동네 슈퍼마켓의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도 오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로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담배나 두부, 콩나물 등 동네 슈퍼마켓의 주요 품목은 SSM이 팔지 말 것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체인스토어협회 측은 SSM 개점은 등록제로, 직영체제에서 프랜차이즈 체제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일반 의약품 판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공동으로 정부에 요구하자고 제안하는 한편 중소상인에 대한 식품위생 교육 지원, 중소유통컨설팅단 구성 등을 상생협력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퍼연합 관계자는 "SSM에 대한 영업시간 단축이나 판매품목 제한 등의 요구는 대기업 오너들이 나서서 양보해야 한다"면서 "오너들이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들이 해외진출에 주력하지 않고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동네 상권을 넘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도 "슈퍼연합 측이 영업시간 단축이나 판매품목 제한 등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자영업자의 생존권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편익이 우선시 돼야 하며 고용이나 농어민 판로 문제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양측이 한치의 양보 없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마켓, 롯데슈퍼,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은 일부 지역에서 신규 점포 개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슈퍼연합 측은 "대기업들이 사업조정 신청을 피하기 위해 개점날짜나 개장공사를 숨기는 등 편법으로 SSM 개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7일 전남레미콘조합에서 한라콘크리트를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하는 등 이날까지 SSM, 대형마트, 주유소, 서점, 콘크리트 등 5개 업종에서 51건의 사업조정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