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 발사가 7분56초를 남겨두고 전격적으로 중단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이상목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나로호 발사 연기와 관련,"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발사체 내 밸브들을 작동시키는 고압탱크의 압력 저하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로 인해 자동 발사 시퀀스에 문제가 생겨 발사과정이 자동으로 중지됐다"고 밝혔다.

자동발사 시퀀스 시스템은 발사 15분 전부터 수동이 아닌 자동 프로그램을 통해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시스템이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자동발사 시퀀스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전체 시스템을 점검하면서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이라며 "만약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프로그램이 발사 중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발사 전 압력 등 감지장치의 데이터가 정상적인 수치에서 벗어나게 되면 프로그램이 발사 중단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지금으로서는 소프트웨어와 전체적인 하드웨어 간 인터페이스의 원활성에 대해 점검이 부족한 상태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실질적으로 부품에 문제가 발생해서 생긴 문제일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동발사 시퀀스 시스템 자체의 결함이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간의 인터페이스 문제라면 수리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부품 등 하드웨어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재발사 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나로호의 발사 실패는 우주강국으로의 도약이 그만큼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주발사체의 자력 개발이 시급하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기술을 제공한 러시아와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로호의 2단 발사체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했지만 1단 발사체는 러시아에서 통째로 들여왔다.

나로호 1단 발사체는 2007년 양국이 체결한 '우주기술보호협정(TSA)'으로 인해 우리나라 기술진이 들여다보지도,만지지도 못하도록 돼 있어 '러시아에 2억달러나 주고 기술이전도 못받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한 개의 부품만 잘못돼도 폭발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만들면서 '목 따로,몸 따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논란이 있었다.

우주개발 기술 자립도의 자체 평가에서도 우리 우주센터의 추진기관 관련 시설 설계 및 건설 분야는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친다. 액체엔진 분야에서는 전반적으로 기술 수준이 우주기술 선진국 대비 60~70%인 것으로 파악된다. 탑재체 분야의 기술도 우주기술 선진국 대비 50~60%에 불과하다.

위성 정보 및 임무 활용 분야의 경우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우주기술 선진국 대비 50~70%에 이르는 수준으로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국가 전략적 수요에 따라 하드웨어 개발 위주로 투자돼 임무 활용 등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발사 중단으로 인한 손해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나로호 발사가 연기됨에 따라 나로호에 투입됐던 연료와 산화제로 구성되는 추진제를 빼낸 데다 발사체 기립설비 장비를 다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발사 직전 발사가 연기되는 것을 일상적인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1년 인도의 GSLV는 부스터 액체 엔진의 오동작을 자동제어시스템이 감지해 발사 1초전에 발사가 중단됐다. 일본 H2A로켓도 2003년 로켓 자세계측장치 내의 전압변환기의 동작이 불안정해져 발사 직전에 멈췄다. 유럽의 '아리안 5호'는 당초 2006년 2월21일 발사 예정이었지만 지상장비와 위성회로 이상으로 세 번 발사를 연기한 끝에 3월11일 발사에 성공했다.

이 실장은 "종합적인 원인 분석이 현재 진행 중이며 러시아 측에서는 3일 내 재발사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더욱 철저한 원인 분석을 마친 후 추후 발사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외나로도(고흥)=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