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MDC입니다. 모든 발사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

19일 오후 4시45분.나로우주센터의 발사지휘센터(MDC)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면서 나로호 발사를 위한 자동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MDC 안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은 작은 화면 15개로 나눠졌는데,맨 윗줄 5개 화면에서는 한반도 주변 기상도와 나로호 산화제 충전 장치,연료 주입 장치,LCC(러시아 전문가) 50여명의 작업 모습,발사장 주변 장면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아래 중앙 화면에는 발사를 앞둔 나로호 전체 모습이 잡혔다.

MDC 내 연구원들은 물론 발사통제센터를 찾은 정 · 관계 관계자들도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카운트다운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오후 4시52분 발사 8분 전을 알리는 안내방송과 함께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MDC 내 연구원들이 화면을 가리키며 무슨 내용을 지적하자 조광래 발사총괄책임자(본부장)가 자료를 검토하면서 헤드셋으로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발사 7분56초를 남겨둔 오후 4시53분 카운트다운이 멈췄다.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시계는 7분56초에서 멈춘 채 계속 깜빡거렸고,스크린 화면에는 떨어져 나간 이렉터와 인근 발사장이 잡혔다.

4시56분 조 본부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잠시 후 통화를 끝냈다. 긴장한 모습으로 서류를 검토하는 모습도 보였다. 4시57분에는 외부에서 누군가 들어와 조 본부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5시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지 않자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중간에 기술적인 부분이 파악 안돼서 지금 확인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MDC 내 연구진들이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우주센터 내 외부인들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조 본부장이 러시아 전문가와 통화하며 기술적 문제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 간간이 포착됐다.

5시2분께 항우연 연구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MDC 안에 들어와 연구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얘기를 건네며 뭔가 주문하는 듯했다. 5시3분께 이 원장이 "발사 윈도를 5시~5시반까지 잡아놨다"며 "이 시간까지 좀 더 발사를 기다려 보겠다"고 설명했다. 5시5분을 넘기면서 MDC 안이 더욱 숨가쁘게 돌아갔다. 박정주 단장은 급히 밖으로 나가고,조 본부장은 LCC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원과 급히 얘기를 나눴다. 5시9분께 MDC 내 연구원들의 얼굴에는 지치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들 말없이 중앙의 화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5시12분 참관석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명이 진행됐다. 문제를 파악할 동안 나로호 스스로 기립한 상태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렉터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진행됐다. "잠시만 더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현장에 있던 한승수 국무총리는 왼쪽 검지를 이마에 댄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참관자들은 대부분 화면을 바라보며 발사를 기다리는 분위기였지만 표정은 상당히 굳었다.

끝내 5시14분 항우연 관계자가 기자에게 발사 중지를 알려왔다.

외나로도(고흥)=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