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파괴’와 ‘네거티비즘’의 충돌… 相生의 해법은?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요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1942년 자신의 저서 「자본주의,사회주의 그리고 민주주의」에서 경제적 진보는 '창조적 파괴' 과정을 통해 달성된다고 하였다.

슘페터에 따르면 발전을 이룩하는 추진력은 새로운 제품,기존 제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방법,또는 다른 혁신을 도입하려는 기업가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그러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혁신에 따른 어느 정도의 독점력을 갖게 돼,다음 세대의 혁신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기업가에 의해 해당 제품이 대체될 때까지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술 진보를 통해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는 슘페터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19세기 초 중요한 혁신은 낮은 비용으로 미숙련 노동자를 이용해 섬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보다 저렴하게 의류를 구입할 수 있게 된 소비자에게 기술 진보는 바람직한 것이었다.

하지만 영국의 섬유업종 숙련 노동자들은 새로운 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위협받게 되었으며,폭력시위를 통해 이에 대응하였다.

기계파괴 운동가들이라는 의미를 갖는 '러다이트'라고 불리는 폭력시위 근로자들은 양털 및 면화공장에서 사용하는 베틀기를 부수고 공장소유주의 집에 (창조적 파괴라고 보기는 어려운) 방화를 하였다.

오늘날 '러다이트'라는 용어는 기술 진보에 반대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창조적 파괴가 일어난 보다 최근의 예로는 소매업계의 강자인 월마트의 예를 들 수 있다.

소매업은 상대적으로 정적인 업종이지만 실제로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상당히 빠른 속도로 기술진보가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월마트는 보다 나은 재고관리,마케팅,인사관리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전통적인 소매업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나은 품질의 상품을 공급하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이런 변화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 소비자와 이윤을 배당받을 수 있게 된 월마트의 주주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자기 상점 근처에 월마트가 개점할 경우 이와 경쟁하여야 하는 소규모 구멍가게에는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창조적 파괴의 희생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존의 기업들은 새롭고 보다 효율적인 경쟁기업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하곤 한다.

최초의 러다이트들은 정부가 새로운 섬유기술의 확산을 억제하여 자신들의 일자리를 보호해 주길 원하였다.

최근 들어 미국지역 소매업체들은 이와 유사하게 월마트가 자신들의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토지사용을 규제하도록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진입을 제한할 경우 기술진보 속도를 늦추게 하는 비용이 수반된다.

미국보다 진입규제가 더 심한 유럽의 경우 월마트와 같은 대규모 소매업체가 출연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매업계의 생산성 성장도 훨씬 더디게 진행된다.

- 맨큐(Mankiw),「거시경제학(Macroeconomics)」에서

건축 행위라는 것은 자연 환경을 인간의 생활환경으로 고쳐 가는 행위라고 할 수도 있다.

물질문명의 발달은 계속 더 적극적인 건축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더 크고 화려한 건축물을 요구해 오는 사람들에게 건축은 아무 거리낌없이 건축 행위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팽창 위주의 건축 행위가 무제한 계속될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딪히게 되었다.

인간의 요구 조건만이 아니라 자연의 필요조건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새로운 공간 설계를 원하는 고객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의 건축 행위가 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도 생각해야 하지만,그것으로 인해서 어떤 부정적 결과가 야기되는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네거티비즘(negativism)'이라 할 수 있다. (중략)

공간 설계에서 네거티비즘을 적용한다는 것은 그 설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얼마나 쓸모있게 이용될 것인가를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 끼칠 수 있는 해(害)가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것도 생각해 보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란 대체로 이미 다른 생명체들에 의해서 사용되고 있는 공간이다.

현재 생명체가 전혀 서식하지 않는 공간을 개척할 수도 있겠으나,그것은 아주 예외의 경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목적을 위해서 새로운 공간을 이용하고자 하는 계획은 대개의 경우 다른 어떤 생명체의 생활공간을 침범하는 행위가 되고 만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자연이 공간은 무제한으로 우리 인간을 위해 마련된 것처럼 착각해 왔다.

이것은 마치 유럽에서 북아메리카로 건너간 이민들이 그 넓은 땅을 하느님이 자기들에게 준비해 준 것처럼 착각하고서 그 곳에 이미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우리 인간이 계속 자연의 공간을 침범해 나가다가는 가까운 장래에 자연으로부터 보복을 받아서 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의식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한 네거티비즘적인 사고가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공간 이용에서 네거티비즘이 문제시되어야 하는 또 한 가지 측면은 인간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하나의 공간을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제한해 버린다는 것은 언제나 그 제한된 공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항감을 느끼게 하거나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대도시 안에 있는 빈민촌은 그 자체가 제한된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지만,사실상은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 행동의 제한을 받는다.

그러한 특수 공간을 만든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그 공간 밖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빈민촌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바깥 공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못 나오는 사람들은 있으나,바깥 공간에서 빈민촌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어떠한 공간 설계든 그것으로 인해 그 공간에서 추방당하거나 제외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근,「건축과 동양 정신」(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다음은 세계은행(World Bank) 데이터를 이용하여 세계 149개국을 대상으로 1인당 소득(2006년 기준)이 평균수명(2006년 기준),그리고 인구증가율(1960~2006년 연평균)과 각각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10학년도 건국대학교 논술고사 예시문제 (인문계)
우리 동네엔 공원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공원도 있고,그 밖에도 이름 붙은 크고 작은 공원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내가 마음에 두고 사랑한 공원은 공원이라는 이름도 붙지 않은 작은 동산이었다.

꼭 밤송이 절반을 엎어놓은 것처럼 동그랗고 소복한 동산이 철 따라 옷 갈아입는 걸 보는 것도 즐거웠고,흙 밟고 싶을 때 숲을 헤치고 올라가 보는 것도 나만이 아는 낙이었다.

큰 공원은 산책로까지 포장돼 있게 마련이고,이름 붙은 명산은 저만치 너무 멀리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마음먹고 찾아간다 해도 내 발로 느끼기엔 너무 거하다.

도전을 기다리는 산을 정복할 기력이 이제 나에겐 없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 남아 있는 자연 그대로의 그 작은 동산을 나는 속으로 얼마나 예뻐했는지 모른다.

걸어서 가기에도 알맞은 거리지만 차 타고 그 앞을 지날 일이 있을 때는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하루도 같은 날이 없는 그 살아 있는 표정에 인사도 하고 감탄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그 동산이 불도저에 의해 뭉개지는 걸 보았다.

거기까지 아파트가 들어서야 하나?

나는 내 동산을 잃게 된 게 화나고 속상했지만 말릴 힘이 없었고,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또한 곡식과 채소를 기르던 농토에 세워졌을 거란 생각을 하며 황당한 심정을 달래야 했다.

그러나 그 동산은 아주 깔아뭉개지지는 않고,중턱을 자르고 곡선을 없애고 기하학적인 직선으로 재단이 되어,허리를 온통 시멘트 계단으로 두른 추악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알아보니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체육시설이 들어섰다고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물어 본다.

거기 그 동산 말예요. 그 예쁜 동산을 꼭 그렇게 만들어야 했을까요? 운동할 데가 그렇게 없나요라고.

그러나 아무도 호응을 안 한다.

거기가 동산이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 예쁜 동산을 어쩌면 그렇게 감쪽같이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아니면 일부러 시침을 떼는 걸까.

그 동산이 없어져서 잘된 사람도 없지만 아쉬운 사람도 없는데 웬 걱정이냐는 투다.

불도저의 힘보다 망각의 힘이 더 무섭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 간다.

나도 요샌 거기 정말 그런 동산이 있었을까,내 기억을 믿을 수 없어질 때가 있다.

그 산이 사라진 지 불과 반년밖에 안 됐는데 말이다.

-박완서,「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

※ 문제 1 : 가치의 상관성에 대한 시각에 초점을 맞추어 글 [가]와 [나]의 관점을 비교하여 설명하시오. (501~600자)

※ 문제 2 : 아래 <보기>의 상관관계 및 인과관계 개념을 참고하여 [다] 글의 도표 1과 도표 2에 제시된 변수들의 관계를 비교 분석하시오. (501~600자)


<보기>

두 변수 사이에 한쪽이 증가하면 다른 쪽도 증가(감소)하는 경향이 있을 때,이 두 변수 사이에 양(음)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X가 증가할 때 Y가 증가(또는 감소)하는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해서 X를 Y의 원인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X가 Y의 원인일 수도 있고,Y가 X의 원인일 수도 있으며,어떤 다른 요인이 X와 Y 둘 다의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관관계만으로는 추워서 눈이 오는 것인지,눈이 와서 추운 것인지,혹은 그 두 가지가 우연히 함께 일어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 문제 3 : [가]의 '창조적 파괴'와 [나]의 '네거티비즘' 개념을 적용하여,[라] 글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합리적이고 창조적인 해법을 논술하시오. (901~1,100자)

이번회에는 건국대학교 모의논술에 대해 학교측의 발표자료를 토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건국대가 논술 100% 전형을 도입했고,이에 따라 많은 학생이 건대 논술을 준비할 것이다.

건국대는 전통적으로 4~5개 제시문에 3개 문항을 유지했고 올해도 그와 다르지 않다.

논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요약과 비교,자료분석과 자기견해 제시(논증형) 문제를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할 것이다.

⊙ 출제의도

2010학년도 건국대 모의논술은 2009학년도와 마찬가지로 '통합논술'의 형태로 실시됐다.

건국대가 그림이나 도표에 대한 해석을 꾸준히 문제에 포함시켜 왔는데,올해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시문제는 총 4개의 지문과 3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적 삶을 이루는 제반 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으며,관계의 부딪침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다면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문제가 구성됐다.

1번 문항에서는 글의 요지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능력을,2번 문항에서는 사회 지표자료의 분석 능력을,3번 문항에서는 세상을 보는 서로 다른 관점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논제 해석 및 제시문 독해

▶ 1번 문항

1번 문항은 비교 문제다.

비교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는 것으로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과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표현을 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문제다.

따라서 구조화된 관점나누기를 통해 각 관점별로 [가]와 [나]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 때 단순히 제시문의 표현을 옮기거나 중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표현과 핵심어를 통해 글을 구성해야 한다.

단순한 [가],[나]제시문 요약이 열거되는 구조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가] 글의 핵심 개념은 '창조적 파괴'이다.

기업의 발전,나아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창조적 파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 글의 관점이다.

'창조적 파괴'는 작년 연세대 정시 기출문항으로도 출제된 바 있다.

사회적 이해관계란 복잡하게 얽힌 것이라서 '파괴'에 따른 부작용이 수반되게 마련이지만 더 큰 가치를 향해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설령 '러다이트'와 같은 반발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술 혁신을 통한 경제적 진보의 성취는 긍정적이며,이러한 진보를 이루지 못하면 생산성의 저하를 피할 수 없다.

반면에 [나]에서는 창조적인 행위가 가지고 오는 긍정적인 가치뿐 아니라 이에 수반되는 부정적인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네거티비즘'의 입장을 건축의 예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사용을 위한 공간 개발이 그 곳에 서식하는 다른 생명체의 생활공간을 침범하게 되면,단기적으로는 인간에게 이익으로 보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손해가 된다는 것이다.

두 입장 모두,창조적인 행위가 수반하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글 [가]와 [나]는 서로 다른 가치가 부딪치는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가]는 사회발전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작은 가치가 희생될 수 있다는 입장이고,[나]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또 다른 가치가 희생되는 일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에서는 '가치의 상관성'에 초점을 맞추어 두 관점을 비교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므로 두 글에 나타난 입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확하게 서술해주기만 하면 된다.

두 입장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여 논증을 하는 것이 1번 문항의 요구는 아니며 그러한 논증력 평가는 3번 문항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두 입장의 차이를 구조화해서 드러내면 족하다.

이에 대한 자기논평이나 가치 개입은 금물이다.

▶ 2번 문항

2번 문항에서는 소득과 수명,그리고 소득과 인구에 관한 도표 자료를 제공하고 거기에서 변수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도록 하였다.

변수들 사이의 상관관계가 양(+)인지 음(-)인지,혹은 강한지 약한지를 분석하고,또한 어떤 것이 원인이고 어떤 것이 결과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상호 비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겉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관계를 적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다각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을 요구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2번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문항의 <보기>에서 설명하고 있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각 도표에 대해 이들 두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용어 사용에 혼란이 있다거나 어느 한 측면만 분석하는 데 그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또한 문제에서 도표 분석을 요구했기 때문에 도표를 최대한 충실히 분석해야 하며,도표와 무관하게 일반적인 의미로서의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논술해서는 안 된다.

도표에 나타난 상관관계를 간략히 살펴보면,먼저 [도표 1]에 나온 1인당 소득과 평균수명의 관계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평균수명이 긴 것이다.

이와 달리 [도표 2]에 나온 1인당 소득과 인구증가율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낮을수록) 인구증가율이 낮은(높은) 것이다.

[도표 1]과 [도표 2]는 상관관계가 반대일 뿐 아니라 상관의 정도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도표 1]에 비해 [도표 2]에 나타난 두 변수의 관계가 더 약한 편이다.

[도표 2]에서 인구증가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들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소득과 인구증가율의 관계가 음이 아니라 오히려 양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두 변수 사이의 관계가 [도표 1]에 비해 약한 편이다.

다음으로 변수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생각해보면,[도표 1]의 소득과 수명의 관계는 소득증가가 원인이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결과로 파악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1인당 소득이 높아지는 것은 경제성장을 의미하는데,경제성장에 따라 식생활이나 의료환경 등이 개선되어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도표 2]의 소득과 인구증가율의 관계는 원인과 결과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급격한 인구증가가 1인당 소득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원인이 될 수 있지만,다른 한편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산아제한 방법을 쉽게 사용한다는 점에서 높은 소득을 낮은 인구증가율의 원인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혹은 제3의 요인이 소득과 인구증가율에 동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있다.

예컨대 높은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이 한편으로는 소득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 출산율을 낮춘다는 식의 해석을 해볼 수 있다.

두 도표에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해명하는 데 완전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관관계의 차이가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쪽이라면,인과관계 쪽은 보다 다양한 해석의 길이 열려 있다.

관건은 도표에 나타난 정보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고,그와 관련한 합리적 분석을 수행하는 데 있다.

도표에 대한 분석은 단순히 도표에 드러나는 1차적인 수치 해석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데이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이 분석의 기준은 언제나 문제의 조건에서 주어진다.

이번 문제의 경우 <보기>의 설명이 바로 그 기준이다.

왜 도표와 같은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분석을 평소에 집중적으로 연습해 둘 필요가 있다.

▶ 3번 문항

3번 문항은 추상적 개념을 다루고 있는 [가]와 [나] 글의 논지를 종합적으로 적용하여 [라]에 제시된 구체적 문제 상황에 대한 창조적 해법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1번이나 2번 문항과 비교하면 수험생 자신의 주체적 판단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더욱 중시된 문항이라 할 수 있다.

답안의 분량을 1000자 내외로 설정함으로써,수험생들이 자신의 견해를 충실히 펼쳐낼 수 있다.

글 [라]는 박완서 소설의 서문에서 가져온 것인데,내용을 이해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잠깐 사이에 '예쁜 동산'이 '체육공원'으로 바뀐 사실을 놓고서,소중한 가치들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져 가는 상황을 세심한 필치로 지적한 글이다.

우리 주변의 소중한 것들,인지하지 못하는 가치들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고 깨달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글 [라]만 놓고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3번 문항에서 말하는 문제 상황은 '도시 개발이냐 환경 보호냐' 하는 식의 꽤나 익숙한 화제로 귀착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3번 문항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러한 식상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에서 [가]의 '창조적 파괴'와 [나]의 '네거티비즘' 개념을 함께 적용하도록 했거니와,이는 [가]와 [나] 글에 반영된 '가치의 상관성'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고려하여 문제를 풀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 서로 다른 관점은 앞의 1번 문항에서 해설한 바 있다.

글 [라]에는 서로 다른 가치 지향이 갈등의 형태로 부딪치는 상황이 반영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체육공원'이라고 하는 현실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쁜 동산'의 미적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두 가지 가치는 어느 한쪽을 손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번 문항을 잘 풀기 위해서는,글 [라]의 상황을 쉽게 단순화하지 말고 각각의 가치와 그 충돌의 양상을 진지하게 살피면서,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도 창조적인 해법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라]의 문제 상황에 대한 해법은 여러 방향에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창조적 파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가치의 발현을 역설할 수도 있고,'네거티비즘' 편에서 무심코 희생되는 가치의 소중함을 변호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서로 다른 가치를 함께 살려낼 수 있는 상생(win-win)의 해법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중 어느 쪽 입장을 취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소신에 입각하여 주체적 판단을 내리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논증을 펼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논증을 펼칠 때는 단순히 추상적인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왜 본인이 선택한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한 구체적 논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논거는 2가지 이상을 분류화해서 쓸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특히 건국대 3번 문항과 같이 창조적인 자기 견해 제시 문항은 추상적인 텍스트들 속의 논의를 현실의 구체적 논의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더 좋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치의 상관성 문제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선택해 이 문제와 적절히 연결한다면 더 좋은 논술이 될 수 있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연구원 pogar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