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인공위성 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발사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총 3개 모델(KSR-Ⅰ,Ⅱ,Ⅲ)의 과학로켓을 개발해 시험발사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공위성이나 탑승모듈 등을 탑재하지 않은 과학 연구 목적의 로켓에 불과했다.

정부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위성발사용 로켓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993년 1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KSR-I) 개발을 완료하고 같은 해 발사시험을 수행했다. 이어 2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인 중형과학로켓(KSR-Ⅱ)을 개발해 1997년 7월9일 및 1998년 6월11일에 발사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액체추진 로켓 개발에 착수한다. 고체보다 액체 연료 로켓의 신뢰성이 높기 때문이다. 엔진 추력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데다 비행시 재점화가 가능하며 발사 전에도 점화시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이에 따라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 과학로켓(KSR-Ⅲ)을 개발,2002년 11월28일 발사했다. 이후 항우연은 러시아와 공동으로 100㎏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개발에 착수했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KSR-Ⅰ,Ⅱ,Ⅲ 발사시험을 통해 위성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반기술을 이미 확보했다"며 "비행과정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 관성항법장치,엔진노즐을 이용해 비행방향을 제어하는 추력벡터 제어시스템, 발사체의 자세를 제어하는 추력기 자세제어시스템,연료탱크,산화제탱크 등의 관련 기술을 축적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면 내년 4월 똑같은 모델의 우주선을 나로우주센터에서 다시 발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발사가 실패하면서 2차 발사도 더 뒤로 연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주기술 개발 자립화를 위해 핵심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고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자립화할 수 있도록 위성체와 발사체 추진 일정 및 전략을 재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당초 일정대로 2016년까지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총 3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어쨌든 정부는 오는 2018년에는 100%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KSLV-Ⅱ)로 발사한다는 목표다. KSLV-Ⅱ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수 있는 발사체.항우연은 이를 위해 △발사체 시스템 설계,제작 및 시험 △고추진력 액체연료 로켓 엔진 개발 △발사체 체계종합,운용능력 확보 및 실용위성 발사 등을 핵심 목표로 정하고 있다. 또한 2020년까지 달탐사 궤도선을,2025년까지 달탐사 착륙선을 개발하는 등 우주탐사 프로그램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이 원장은 "이번 나로호 발사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안타깝지만 우주강국 건설을 위한 지속적인 우주개발 육성정책과 위성 자력발사 능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경남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