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 발사가 또 연기됐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나로호는 어제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예정시각 7분56초를 남기고 자동시퀀스의 기술적 결함으로 카운트다운이 중단됐다. 우주개발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공동개발국인 러시아 측 사정으로 인해 그동안에도 모두 여섯 차례나 발사 일정이 연기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발사가 중지되는 등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차질없는 발사를 염원했던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일도 아니다. 기술적 완벽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사를 강행할 수 없는 일이고,오히려 결함을 미리 발견하고 해결함으로써 확실한 발사 성공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진은 이번 발사 중지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문제를 하루속히 해결함으로써 다음 발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사실 어떤 우주강국도 로켓 발사는 100%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고,발사 이후의 실패나 카운트다운 중단 등은 흔히 있는 일이다. 게다가 나로호는 첫 한국형 발사체인데다 러시아의 1단 로켓도 신형이어서 그럴 가능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신형 로켓의 성공 확률은 27%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사 연기는 오히려 결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 축적(蓄積)의 기회이다. '우리 땅에서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리려면 그만한 어려움은 극복해야 성공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우주개발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우주공학은 전기전자를 비롯 기계 화학공학 신소재 등이 결합된 대표적 거대 과학기술로,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우주를 선점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중국 일본 인도까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 우주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당국과 항공우주연구원 등은 대형 위성제작 등 우주개발 관련 부문의 국산화와 로켓 관련 분야의 독자적 기술확보에 온 힘을 쏟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나로호 발사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적으로 기술이전이 엄격히 제한돼 있는 우주발사체 기술의 자립화 기반을 서둘러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산 · 학 · 연 · 관 협력체제 구축과 민간의 과감한 선행투자 등이 뒤따라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연기된 나로호의 결함을 보완해 하루빨리 우주궤도에 진입시키고 2018년까지 완전히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 또한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