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이 '경제위기 이후의 조세정책 방향'이란 정책 세미나를 통해 '낮은 세율-넓은 세원' 원칙의 재확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향후 정부가 내놓을 조세 정책의 기본 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전병목 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우선 정부가 그동안 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해온 각종 조세 감면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시 말하면 유가환급금 지급,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근로장려금 인상, 비수도권 골프장 세부담 인하 등의 조치는 서민 · 중산층 소득 확대와 민간 소비 증대에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런 제도를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위기극복 이후에는 재정의 건전성 또한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각종 조세감면 제도의 축소를 들고 나온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세제지원조치의 축소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일이다. 아직도 세계적인 경제위기국면이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조세연구원은 일단 예정됐던 법인세 · 소득세 인하 방침은 그대로 지켜져야 하고 근로장려금(EITC)제도의 적극적인 활용 등을 통해 서민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세연구원은 '넓은 세원'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공제제도의 축소,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양성화, 비과세 · 감면 제도의 정비 필요성 등을 거론했다. 세율은 낮추되 더 많은 사람들이 납세에 참여하고 ,더불어 탈루되고 있는 세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재정수요를 충족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모처럼 꿈틀거리는 경기를 위축시켜선 안된다는 것이다. 세수를 늘리고 세원을 확대하는 일도 긴요하지만 가뜩이나 부진한 기업투자를 더욱 위축시켜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폐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바로 그런 취지다. 정부는 성장잠재력 확충과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아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