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한국의 양용은 선수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인 타이거 우즈와 피를 말리는 박빙의 승부를 하면서 끝내 우승을 거머쥐었다. 양용은 선수는 이 쾌거로 아시아인으로서는 첫 PGA 메이저 우승자가 됐고 또한 타이거 우즈가 오랫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이기고 있을 때 지켜온 무패기록을 가차없이 깬 것이다. 양용은 선수가 보여준 모습은 골프와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경영하는 사람에게 시사한 점이 많다.

타이거 우즈의 세계 랭킹은 잘 알려진 것처럼 10년여간 1위였고 이 대회 직전 양용은 선수의 세계 랭킹은 110위였다. 타이거의 PGA 승수는 70개,그 중 14개가 메이저 우승이었고 양 선수는 PGA 무대에서 단 한번의 우승경험이 있었고 메이저 대회 출전은 이번 대회까지 총 7번뿐이었다.

이처럼 통계만을 본다면 절대로 우즈의 맞상대가 될 수 없는 양 선수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제일 먼저 들 수 있는 이유는 양 선수의 절묘한 겸손함과 도전 정신의 배합이다. 양용은 선수는 아주 늦게 골프를 시작했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와 마지막 라운딩을 하는 선수들은 대개 그 중압감 혹은 우즈를 이기려는 집착 때문에 무너지는 게 일쑤였다면 양용은 선수는 자신만의 플레이에 충실했다. 우리 기업도 국내 혹은 세계 무대에서 마찬가지로 자사의 역량이 무엇인지 확인을 해 이에 꾸준히 전념해야 하는데 때로는 이를 무시하고 타사의 전략 혹은 향방에 말려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양용은 선수는 또 마지막 홀에서 그의 두둑한 배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때 그는 우즈를 한 타 차이로 이기고 있었고 안전하게 갈 것인지 과감하게 갈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양선수는 놀라울 정도로 과감한 쪽을 망설임 없이 택했다. 그는 바람도 불고 거리도 멀고 심지어 나무에 가려진 표적을 직접 노렸는데 그 성공적인 한방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언뜻 보기에 그의 선택은 상당히 무모하다고 평가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면에는 양 선수가 자신의 구질(골프 샷의 특징)에는 여러 위험요소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투철한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그가 중요한 순간에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확실히 포착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기업도 이처럼 때로는 기업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 기로에 서 있을 때 안전한 쪽을 택하는 기업이 많다.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물론 그 전략이 옳겠지만 능력이 여러모로 되는 기업이라면 승부수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경영도 골프처럼 확률의 게임이기 때문에 외부와 내부의 조건이 확률적으로 유리할 때 우리는 반드시 그 기회를 잡는 노력을 꾀할 필요가 있다. 안정된 과거의 세계 경영환경과는 달리 요즘처럼 격동기 때의 환경에는 많은 숨겨진 기회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자주 오지 않는 이러한 틈새 기회를 잘 확인하고 살려서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양용은 선수는 우승 인터뷰를 통역자를 통해 당당하게 한국말로 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 않고도 그의 솔직함과 유머 감각으로 기자들을 사로잡았다. 한마디로 기자들은 그의 영어실력보다 그가 말하는 내용에 더 관심이 당겨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 선수가 라운딩 내내 나타낸 그의 침착함과 강인한 정신력은 서양인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각인시키는데 충분했다.

요즘 국가 브랜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양 선수의 행보는 한국의 존재, 더 나아가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장대련 < 연세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