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2일 오후 2시22분 검정색 원피스에 빨간 재킷 차림으로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입경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주말부터 개성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이 현 회장을 수행했고,함께 방북한 큰딸 정지이 전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 전무는 현 회장보다 4~5m 정도 멀찍이 떨어져 잠시 기자회견을 지켜보다 옆문을 통해 미리 빠져 나갔다고 현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현 회장의 옷차림과 분위기는 지난 10일 방북길에 오를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온통 검은색 정장을 입고 방북길에 올랐던 현 회장은 이날 귀환할 때는 빨간색 상의를 입고 있었다. 이번 방북에서 알찬 열매를 따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연출'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당초 오후 2시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 회장은 오후 2시10분께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입국장 문이 열리고,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현 회장의 얼굴은 긴장한 듯 잠깐 굳어졌다. 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비치며 곧 여유를 되찾았다. 걸음걸이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었다. 왼손에는 발표문을 읽기 전에 쓸 안경을 쥐고 있었고,오른손엔 골드 컬러의 가방을 들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간에 얽힌 굵직한 사안들을 풀었음에도 현 회장은 시종일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현대아산 직원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시작하는 발표문을 읽을 때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통해서도 잘 안 들릴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모습에서는 자신감이 비쳐졌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질 때는 치아가 모두 드러날 정도로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현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밝힐 사항이 아니다"라는 등의 짤막한 답변으로 여운을 남겼다. 현 회장은 10여분의 짧은 브리핑을 마치고 신형 에쿠스 차량으로 귀경길에 올랐다.

파주=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