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핑계 대며 거짓을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월급제를 쟁취할 자신이 없는 간부는 깨끗하게 그만 두고 심판을 받아야 한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광주지회 13일자 소식지)

"이틀 만에 투쟁전술이 바뀜에 따라 자칫 (집행부가) 사측에 놀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비지회 14일자 소식지)

임금협상 과정에서 기아차 노조 산하 지회들이 현 집행부를 비판한 홍보물 내용이다. 부분 파업과 협상을 병행하고 있는 노조 집행부를 공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집행부도 지난 13일 담화문을 통해 "(광주지회 등이)사실과 다른 내용들로 현장을 혼란케 해서는 안된다"며 역공,기아차 노조 내부의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5월17일 시작한 기아차 노사 임금협상이 17일로 정확히 석달째 표류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노 · 노 갈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달로 다가온 차기 집행부 선거를 의식해 노조내 각 계파들이 선명성 경쟁을 펼치며 급기야 노 · 노 갈등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강경투쟁 입장만 부각될 뿐 합리적인 노사교섭이 자리잡을 여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에는 △기아차 민주노동자회(기노회) △금속노동자의 힘으로 노동해방을 여는 노동자회(금속의 힘) 등 10여개 계파가 있다. 각 계파는 과거에도 다른 계파 출신 집행부가 회사와 맺은 임 · 단협안을 비판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올해는 각 계파들이 홍보전을 벌이며 서로 비방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정도로 도가 지나치다는 게 회사측 전언이다. 작년까지 기아차 노조는 지부장과 5개 지회장(소하 · 화성 · 광주 · 정비 · 판매)이 같은 계파에서 러닝 메이트로 출마,집행부를 구성했다. 올해부터는 선거 규정이 바뀌어 지부장과 5개 지회장이 직선제를 통해 각기 다른 계파 출신들로 채워졌다. 자연히 임금협상에 임하는 노조측 교섭위원 구성원들조차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핵심 쟁점인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에 대해 노조 측이 시종일관 무리한 요구로 일관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회사 관계자는 "'기노회' 출신 지부장이 회사안에 대해 약간이라도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 '금속의 힘' 등 다른 계파 지회장 및 대의원들이 일제히 반대해 협상이 조금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회사측은 이미 54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 협상이 길어지고 파업이 지속될 경우 기아차는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는 결국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