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가족과 쇼핑을 하기로 아내와 약속한 직장인 A씨.아내와 두 딸이 대형 마트에서 몇 시간씩 쇼핑을 할 동안 구석 벤치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주중에 미처 보지 못한 은행 업무를 보고 보험사 지점에 들러 새로운 자동차보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은행과 보험사들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잇따라 대형 마트에 점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LIG손해보험은 17일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보험 숍인 '재테크 보험서비스'를 개설했다. 국내 최초로 '마트슈랑스'시대를 연 셈이다. 마트슈랑스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에 보험사가 지점을 내 고객을 유치하는 새로운 보험판매 방법으로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활성화돼 있다.

LIG손해보험은 '마트 속 보험숍'에서 보험 컨설턴트 세 명을 상시 배치하기로 했다. 통합보험과 자녀보험,운전자보험 등 가계성 보험 전 상품과 자전거보험,여행자보험 등 일반상품은 물론 아파트담보대출도 취급한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연중무휴로 운영하며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저녁 9시에 닫을 예정이다.

롯데손해보험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가칭 '롯데금융플라자'를 만들어 보험을 판매할 예정이다. 내달 중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금융플라자가 들어설 예정이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직원도 들어와 마트를 찾는 고객들에게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과거에도 몇몇 보험사들이 대형 마트에서 보험을 판매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임시부스를 설치하고 전단지를 돌리는 소극적 수준의 마케팅에 그쳤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철수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이태웅 LIG손보 마케팅전략팀장은 "전문적인 컨설턴트가 점포에 늘 상주하면서 찾아오는 고객의 요구에 응하는 적극적 개념의 점포라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며 "홈플러스와 함께 고객을 세분화해 맞춤형 마케팅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테스코는 영국에서 UKI라는 보험사와 함께 마트슈랑스를 성공시킨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5월 홈플러스 강동점,병점점,중계점에 연중 무휴로 운영하는 지점을 개설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나은행 홈플러스 지점이 개점된 이후 지난 14일까지 유치한 신규 고객은 점포당 평균 1737명으로 비슷한 시기에 영업을 시작한 일반 지점의 1202명보다 500명 이상 많았다. 신용카드 발급 실적도 홈플러스 지점은 평균 447좌로 일반 지점(103좌)의 4배를 넘었다.

국민은행도 이마트 시화점과 홈플러스 부천,수원 영통,의정부점 등에 7개 대형마트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유창재/유승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