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 이후 금강산관광 재개를 비롯한 5개항의 남북교류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다. 북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현대그룹 측은 금강산관광 재개,관광 편의와 안전보장,육로통행 및 체류제한 해제,백두산관광 개시,추석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에 합의했다는 공동보도문을 내놓았다. 매우 전향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보지 않을 수 없다.

북이 천명(闡明)한 대로라면 금강산관광은 지난해 7월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지 1년여 만에 원상으로 회복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북은 그동안 보류됐던 백두산관광 추진 의사를 밝혔고,관광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인 남측 관광객 신변에 대해서도 확실한 안전보장을 약속했다. 북의 적극적인 태도변화로 받아들일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아직 북의 확실한 입장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합의된 내용들이 남북 당국간 협의가 전제되어야 할 사안들인데다,특히 박왕자씨 사망사건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는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이 선행돼야 관광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북이 현대측과 합의한 5개항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게다가 현재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핵문제 진전 없이 백두산 관광 등의 사업이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정부가 어제 논평을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어디까지나 민간차원의 합의로 남북 당국간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측과 현대의 합의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로서 대화 재개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을 수 있음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개성공단의 정상화가 당면과제이자 경협활성화의 전제조건이고 보면,남북 당국간 형식과 절차를 갖춘 대화를 통해 합의 내용의 구체적인 실행수단을 마련하고 확실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북의 진정성이 먼저 확인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