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박8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17일 돌아오기까지 맏딸인 정지이 현대 U&I 전무(32)가 어머니를 그림자처럼 수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 회장이 이번 방북을 통해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과 금강산ㆍ개성관광 재개 등 굵직한 성과물을 들고 귀환하면서 일정 내내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키며 힘을 보탠 정 전무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정 전무는 지난 10일 현 회장이 대북사업 정상화 등 중책을 짊어지고 방북 길에 오를 때부터 전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뒤 이날 국내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모친과 같이했다.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정 전무가 장녀답게 책임감이 강하고 어머니가 많이 믿고 의지하는 딸이기 때문에 이처럼 그룹 내 중대한 경영사안이 있을 때마다 현 회장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정 전무는 주요 행사마다 현 회장과 함께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5년 7월 북한 원산에서 이뤄진 김정일 위원장과 현 회장의 면담에도 동행했다.

당시는 백두산 및 개성 시범관광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던 때였다.

정 전무는 같은 해 8월 실시된 개성 시범관광에서도 모친과 함께 개성을 찾았고 2006년 5월 실시된 내금강 남북한 공동답사에서도 현 회장 곁에서 우의를 입고 보덕암과 만폭팔담을 꼼꼼히 돌며 사업계획을 구상했다.

현 회장이 2007년 10월 김 위원장을 평양에서 다시 만났을 때에는 정 전무가 김 위원장 바로 옆자리에 앉아 기념 촬영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처럼 모친이 주요 대북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 정 전무가 빠지지 않았던 점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정몽헌 회장의 세자녀(2녀1남) 중 장녀인 정 전무에게 대북 사업 정통성을 계승하려는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정 전무는 2004년 현대상선 재정부에 입사한 지 3년만에 평사원에서 전무까지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현대그룹의 경영권 승계자로서 보폭도 넓히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이 듬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정 전무에게 심정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다"면서 "점차 어머니를 이을 후계자로서의 행보를 넓혀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