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는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인물이지만,지금도 탐정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안개 자욱한 런던 베이커리가의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은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고,지금도 홈즈의 활약상을 토론하는 모임들이 이어져오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러한 홈즈의 명성은 그의 곁에 친구이자,파트너이자,동반자로 긴 세월을 함께 있어줘던 의사 왓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왓슨은 군의관 출신의 의사로서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다지 큰 재주도 없이 조용히 홈즈를 돕는다. 가끔 위험한 일을 대신 한다든가 결정적인 활약을 하는 에피소드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왓슨의 역할은 홈즈가 추리에 집중할 수 있게 주변 상황을 정리해 주거나 잔심부름을 하거나 혹은 홈즈와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보고 홈즈에게 팁을 주는 정도다. 이런 왓슨을 대부분 사람들은 홈즈의 조수나 그냥 친구로 보고 왓슨 스스로도 감히 홈즈와 동등한 자리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홈즈는 그렇지 않았다. 일례로 어떤 왕국의 국왕이 자신의 비밀스러운 사건을 의뢰하러 와서 왓슨 없이 홈즈에게만 얘기하기를 청했을 때 홈즈는 이렇게 대답한다. "왓슨은 제 파트너입니다. 이 친구가 못들을 얘기라면 저도 들을 필요 없습니다. " 왓슨에게 홈즈가 존경하는 파트너였던 것처럼 홈즈에게 왓슨은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파트너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신뢰했다.

역사를 살펴보다 보면 좋은 파트너십을 이뤄 그 자체로 하나의 아이콘이 되곤 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작곡가 푸치니의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해냈던 지휘자 토스카니니,비록 상하관계이기는 하지만 천하의 3분의 1을 얻어내게 했던 유비와 관우,장비,그리고 제갈공명 등이 서로의 재능을 나누고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을 만들어갔던 사람들이다.

파트너십의 가장 큰 장점은 내게 모자란 부분을 누군가가 채워준다는 것이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하나에서 열까지 혼자서도 잘하면 파트너는 필요 없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혼자서 다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남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남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리고 이런 파트너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신뢰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신뢰 없이 만들어지는 파트너십은 오히려 위험하다. 누구 하나가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맺어지는 것이 파트너십이기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면 이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당장 눈앞의 이익으로 신뢰를 버린 기업은 결국 도태되거나 사장되고 만다. 파트너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나의 약점을 인정하고,그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도 기업에도 파트너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방형 <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lee@skm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