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류 다섯번 연장…김정일 전격 면담
현정은 회장의 뚝심 유씨 석방 '+α'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 7일째인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전격 면담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나 오찬을 함께 했다고 보도하고,김양건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장(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임)이 배석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김 위원장에게 선물을 전했으며,김 위원장은 사의를 표한 뒤 "현대그룹의 선임자들을 추억하며 동포애 넘치는 따뜻한 담화를 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면담 장소와 일시,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현 회장은 지난 10일 북한에 넉 달 넘게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 석방 문제와 금강산 · 개성 관광 재개,개성공단 신규 사업 착수 등 남북경협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북길에 올랐다. 당초 2박3일 일정이었지만 김 위원장의 잇따른 지방 시찰로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북한 체류 일정을 다섯 번이나 연장,회동을 성사시키는 뚝심을 발휘했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중단한 금강산 관광 문제와 개성 관광 재개 등 대북사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조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 피격 사건 재발 방지와 지난달 30일 나포된 '800 연안호' 선원 석방 등도 거론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대남정책 총책인 김양건 통전부장이 배석한 사실을 감안할 때 남북 현안에 대한 해법 찾기를 집중 논의했을 것"이라며 "억류자 유씨 석방에 이어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이 성사되면서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풀 단초를 마련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현 회장은 지난 13일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씨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현 회장은 17일 개성에 체류 중인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과 합류한 뒤 경기 파주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오후께 돌아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P AFP 등 외신들은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회동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중국의 차이나데일리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이후 불과 2주 만에 또다시 주요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장성호/안재석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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