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미합동훈련 개시후 성사 난망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북한 체류 일정을 다시 연장한 것은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마지막 승부수'로 볼 수 있는 것은 17일부터 한미합동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대남 비난을 강화하면서 남북 당국간 대화를 갖지 않았던 북의 과거 관례로 미뤄 지난 10일 방북, 당초 예정한 2박3일의 체류일정을 계속 연장하고 있는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 날은 16일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16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이번 UFG 연습에 대해 "미제와 리명박 역적패당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면 우리도 핵으로 맞설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반발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모양새'를 중시한다"며 "자신들이 침략 훈련이라고 규정하는 UFG 훈련 기간에 최고지도자가 남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모양새'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의 구체적인 체류 연장 사유가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2박3일의 일정이 7박8일로 연장되게 된 배경을 놓고도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현 회장 입장에서 체류 연장은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미 북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는 지난 13일 석방됐고, 방북기간 대남 라인의 실세인 김양건 노동당 통전부장과도 만난 지금 김 위원장 면담 외에 다른 사유를 추정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작년 7월11일 관광객 박왕자씨 총격피살사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계속 방북을 타진했지만 그간 북측이 초청장을 내 주지 않아 평양에 가지 못했다.

그런 만큼 현 회장으로선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문제와 관련, 이번 방북이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김 위원장을 만나려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16일 "현 회장은 김 위원장과 만나 김 위원장의 결정으로 추진된 금강산.개성관광에 대해 뭔가 `답'을 받아서 오고 싶을 것"이라며 "여러 상황 변화 속에서도 금강산.개성관광을 계속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나지 않는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북한이 현 회장을 초청할 때부터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상정하지 않았는데, 현 회장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추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또 북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을 열어 둔 채 현 회장을 불렀는데 현 회장이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 정부의 `대북 카드'가 없거나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번 현 회장 방북을 `특사'가 아닌 `사업자' 차원의 방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정부는 북에 제공할 `인센티브'를 담은 메시지를 현 회장에게 건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 회장과의 방북 전 협의 과정에서 현 회장이 김 위원장 등 북측인사와 만날 가능성에 대비, 금강산 관광 등의 재개에 대한 정부의 입장, 인도적 협력사업에 대한 관심 등 원론적 메시지 정도를 제공했을 뿐 `선물 보따리'를 대신 전하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날 생각이 있었으나 현 회장 방북과 억류 근로자 석방에도 불구,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변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남한 여론의 움직임 등이 감지되지 않자 만남을 미루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무엇이 진실인지는 현 회장이 귀환 후 입을 열어야 드러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