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7일째‥김정일 못만난듯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지난 15일 오후 6시께 기자들에게 편지 형식의 이메일을 보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이번 방북 기간 중 조 사장 명의로 메일이 발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지는 현 회장의 방북 일정이 또다시 하루 더 연장됐다는 것.여기에 현지 소식을 충분히 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 문구를 곁들였다. 그는 메일을 통해 "현지와의 연락 문제로 (현 회장 일정 등을) 미리 알려드리고 설명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현 회장 일행을 마중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개성에 체류 중이다.

그동안 현 회장 방북에 관한 소식은 극히 제한적으로 전해졌다.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채널은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전부였다. 취재에 매달린 기자들은 물론 현대그룹과 현대아산 직원들도 매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에 무슨 내용이 나올까 신경을 곤두세웠다.

각 언론을 통해 여러 명의 '대북소식통'이 등장했지만 그들의 '예지력'은 신통치 않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만남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속시원한 관측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족한 정보는 부정확한 보도로 이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 만난 듯'과 '김 위원장 못 만난 듯'이라는 상반된 제목을 달기도 했다.

현 회장 일행이 현대그룹 본사로 연락하는 방식도 복잡했다. 평양에서 개성사무소로 연락하면 다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내용이 전달됐다. 그나마 연락이 자주 오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현 회장을 수행한 법률 · 계약 담당 실무자(부장)가 귀경 일정이 늦춰진다는 짧은 소식을 두 번 전했을 뿐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공식적인 채널 외에 2~3개 정도의 비상 연락 라인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번 방북기간 중에는 충분한 소식을 전달받기에 부족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의 방북 일정이 길어지면서 당초 기대했던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었다. '북한의 선(先) 핵포기 후 경제개발 지원'이라는 정부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8 · 15 경축사를 통해 재확인된 데다'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에 대한 북측의 '보복 대응' 발언까지 나오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현 회장이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의 특별한 메시지나 선물 보따리를 갖고 가지 않았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이 체류 일정을 연장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현대그룹과의 오랜 인연을 고려해 현 회장에 대한 의리와 예우 차원에서 막판에 현 회장을 면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석/장성호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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