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렇지만 국내 그린 경영의 원조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삼성이 환경선언을 한 것은 17년 전.1992년 6월 당시 이건희 회장이 앞장서 환경과 안전을 강조하는 환경선언을 했다. 이듬해인 1993년엔 친환경 경영을 총괄할 삼성지구환경연구소가 출범했다. 1996년엔 '녹색경영'을 선포하면서 친환경 경영을 녹색경영으로 승화시켰다. 그린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이미 10년 전에 내다본 것이다.

삼성의 녹색경영은 다섯개 분야로 나뉘어 추진됐다. 그린 IT(정보기술)를 비롯해 △소재 △제품 △신 · 재생 에너지 △금융 등이 그것이다. 이런 노력은 제품으로 가시화됐다.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휴대폰(SCH-W510)과 태양광으로 충전할 수 있는 휴대폰(블루어스 · Blue Earth) 등을 줄줄이 내놨다.

LCD(액정디스플레이) TV보다 전력 소모량이 적은 LED(발광 다이오드) TV와 물,전기에너지를 덜 쓰는 하우젠 버블세탁기도 녹색경영의 결과물이다.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998년 폐(廢)전자제품 재활용센터를 세웠다. 삼성석유화학(폴리실리콘),삼성전자(태양광셀),삼성SDI(모듈),삼성에버랜드 및 삼성물산(태양광발전소 설치및 운영) 등 계열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태양광발전 사업의 수직계열화도 이뤄냈다. 신 · 재생 에너지를 중시한 결과다.

삼성의 녹색경영은 최근 들어 더 활발하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은 2013년까지 5조4000억원을 투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작년 대비 50%줄이기로 했다. GE 델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감축목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백재봉 삼성지구환경연구소장(51)은 "삼성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교토의정서 이행기간이 끝나는 2012년 이후에 맞춰져 있다"며 "이에 대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설명했다. 어떤 식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설정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는 얘기다. 삼성은 그동안 계열사별 ·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관리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해 왔다.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로부터의 검증 단계만 남겨 놓고 있다.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탄소배출권 사업에도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백 소장은 "온실가스 관리에 대한 적합성과 공정성을 제3자 기관으로부터 인정 받게 되면 우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탄소배출권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등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불화화합물(PFCs)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탄소배출권 사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탄소배출권 시장 추이를 보면 이산화탄소 t당 14~15유로에 거래되고 있어 당장 큰 수익은 내지 못하겠지만,수익보다는 선제 대응 차원에서 탄소배출권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미래 사업 핵심 키워드도 그린IT다. 그린IT가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백 소장은 "삼성의 그린 경영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그린IT를 비롯한 5개 영역에서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작게는 대기전력을 줄이는 전자제품부터 각 산업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그린 IT 기술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공동기획
한경 KOTRA 딜로이트 안진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