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전문가들은 정부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및 확대 적용이 상승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3,4분기 주택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름세를 타던 주택시장이 지난달 중순부터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정부도 금융규제 카드를 보류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서울 · 수도권 집값이 다시 상승폭을 키우면서 정부의 태도가 어떻게 나올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한다면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나리오별로 전망해봤다.

◆대출규제 강화된다면

우선 LTV,DTI의 적용범위와 강도가 실제로 강화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당장 실현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상반기 주택가격이 급등한 곳이 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 일부 지역에 그친 데다 실물경기 회복이 여전히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울지역의 경우 올해 신규 분양물량이 예년의 60%에 그치는 등 민간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한요인이다. 김일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현재의 신규분양 부족은 2년 후인 이명박 정부 말기에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집값 급등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일부지역의 집값상승이 있더라도 정부로서는 규제강화보다는 공급확대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집값 상승폭이 견딜 만할 때의 예측이지,상승폭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전국화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정부는 대출규제를 크게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금융규제가 강화되면 서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제외한 다른 버블세븐 지역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3구는 이미 LTV,DTI 규제를 받고 있어 거래에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주택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의 크기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강남 3구와 함께 최근 동반 상승한 목동,마포구 등 구도심에 영향이 클 것"이라며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얻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강남 3구 역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의 규제강화 움직임이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투자수요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추가 규제가 나오지 않을까 수요자들이 고민하게 된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큰 악재가 된다"면서 "특히 강남권은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만큼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출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이 같은 약발이 얼마나 오래 먹힐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주택 신규 공급이 줄어들고 있고,전셋값 급등으로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가 좁혀지는 등 시세를 밀어올릴 객관적인 조건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대출만 조인다고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2006년 3 · 30대책으로 DTI규제가 도입됐을 때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3월 6.7%에서 4월 3.57%로 조금씩 안정되던 모습을 보이다 7월에는 0.03%까지 상승률이 낮아지며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에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이 수도권 주택시장에 불을 붙이면서 10월 3.28%,11월 4.75%까지 집값이 올라가는 등 불안이 재연됐다. 대출규제가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구두 개입'에 그칠 경우

정부가 지금과 같이 대출규제 강화 카드를 보여주기만 하고,실제로 쓰지 않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집값 급등은 두고 보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조금씩 온기가 도는 실물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없는 정부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다. 지난주 정부에서 대출 규제 강화 주장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상반된 목소리가 교대로 나온 것에서도 이 같은 정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수요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 당장 규제강화에 나설 수도,집값 급등을 용인할 수도 없는 정부의 목표"라는 이야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계속 '애매한 입장'을 취하더라도 일단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7월 초까지 진행된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로 7월 중순부터는 시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쌍방이 주춤거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때때로 나오는 정부의 엄포는 앞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대출금리와 함께 주택매입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엄포의 약발은 아주 단기적으로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8월 말,늦어도 추석(10월 초)을 전후해서는 시장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금자리 주택 분양 등 신규 분양을 중심으로 수요자들이 움직이는 가운데 상반기의 동북권 르네상스 계획 발표와 같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들이 내놓는 국지적인 호재에 따라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