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에 대해 정부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는 추가적인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는 규제 강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각 부처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거래량과 거래금액으로 볼 때 시장이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현재로서는 추가 조치를 취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서울 강남 3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최근의 집값 불안이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일부 버블세븐 지역에 국한되고 다른 지역이나 지방으로 옮겨붙지는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수도권 전반으로 규제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재정부와 국토부의 이런 주장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규제책이 이제 막 살아나려는 건설경기와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는 온돌바닥처럼 천천히 덥혀지기 때문에 한번 식어버리면 다시 살려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침체가 오래 가면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감소해 2~3년 뒤 본격적인 집값 불안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규제 강화를 반대하는 이유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정책수단에서도 투기지역 확대나 부동산 매입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 등 강도 높은 규제책보다는 금융권의 대출총량규제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기본적 처방이라고 본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신규 분양단지가 크게 늘어 중도금 등 집단대출이 확대된 측면이 강하다는 시각이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은행 대출이 집값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는 만큼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추가로 낮추거나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지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제도는 은행들의 쏠림 현상을 막고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생각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부동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몇 달 동안 상당히 빠른 증가세를 보였고 전체적으로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있는 것 같다"며 "상당히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과 금융위도 규제 강화 시점은 대출 증가세를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추가로 내놓을 것인지는 8월의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7월 수도권 지역의 LTV를 낮춘 이후 집단대출을 제외한 신규대출은 소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집단대출과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제외한 개별대출은 6월엔 2조8300억원이 나갔지만 7월엔 2조3800억원으로 16% 줄었다. 대신 집단대출은 늘었다. 집단대출을 조일 경우 신규 분양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침으로써 경기에 타격을 줄 수 있어 LTV 하향 대상에서도 제외한 바 있다.

만약 대출이 급증할 경우 가장 유력한 조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LTV를 현행 50%에서 40%로 낮추는 방안이다. 또 집값 상승 폭에 따라 LTV는 물론 DTI 적용대상 지역 확대도 검토 중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