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 치료에 쓰이는 일부 항정신병 약물이 암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뉴 사우스 웨일스 대학의 루이스 루츠-만(Louise Lutze-Mann) 박사는 항정신병 약물인 피모지드(pimozide)가 폐암, 유방암, 뇌종양 세포를 죽인다는 사실이 시험관실험에서 밝혀졌다고 말한 것으로 영국의 온라인 의학뉴스 전문지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13일 보도했다.

루츠-만 박사는 시험한 6가지 항정신병 약물 중에서 피모지드가 암세포에 대한 독성이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급속히 분열하는 암세포는 증식을 위해 콜레스테롤과 지질(lipid)이 필요한데 피모지드는 암세포 안에서 콜레스테롤과 지질을 합성 또는 이동을 차단해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루츠-만 박사는 말했다.

피모지드에 노출된 암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한 결과, 콜레스테롤과 지질의 합성과 흡수를 담당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그는 밝혔다.

그의 연구팀은 피모지드와 세포의 콜레스테롤 생산을 억제하는 약물인 메바스타틴(mevastatin)을 함께 암세포에 투여해 보았다.

그 결과 피모지드 하나만 투여했을 때보다 더욱 강력한 항암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피모지드를 메바스타틴과 병행투여 하면 두 약물의 투여단위를 줄이고도 같은 양의 암세포를 죽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루츠-만 박사는 지적했다.

이 두 가지 약물은 고단위로 투여하면 진전(振顫) , 근육경련, 말 어눌해짐(slurred speech)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약을 함께 사용하면 투여단위를 낮추어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피모지드 외에 제2세대 항정신병 약물인 올라자핀(olazapine)은 폐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정신병 약물들은 생존기간이 1년 미만으로 예후가 나쁜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에도 기존의 항암제보다 50배나 강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암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 최신호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