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양심 있는' 딜러라는 평을 받는 수입차 전문 딜러 K부장. 최근 중고차를 사러 오겠다는 한 손님의 연락에 '오늘은 비가 오니 다음에 오라'고 답했다.

K부장이 일하는 서서울 자동차 매매단지는 건물내 주차장이 있고 조명시설이 완비돼 있어 날씨가 궂어도 차를 '보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왜 굳이 오겠다는 손님을 마다한 걸까.

K부장은 "비 오는 날은 맑은 날에 비해 차량의 출력이나 승차감이 좋아 판매하는 사람에게 훨씬 유리하다"며 "하지만 고객은 이러한 점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자동차 성능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어 차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맑은 날에 오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말로 자동차 성능은 기후에 영향을 받는걸까. 12일 중고차사이트 카즈의 최경욱 연구원에 따르면 '그렇다.'

최 연구원은 "비오는 날에는 맑은 날보다 승차감이 훨씬 좋다"며 "이는 비오는 날에는 습기로 인해 장치들 사이의 충격이 많이 완화되고, 지면과 바퀴 사이에 물이 완충역할을 하면서 약간 뜬 상태로 달리기 때문에 승차감이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차에서 들려오는 각종 소음도 줄어든다고 최 연구원은 말했다. 습도가 높은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면서 에어크리너에서 나오는 흡기 소음이 줄어들어 평소보다 정숙하게 느껴진다는 것. 이 밖에도 중고차를 맑은 날에 확인하면 차에서 나는 냄새나 부품의 교체 유무도 보다 확실히 알 수 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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