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환자 창출 프로그램'.. 보건소 주최 ADHD 강좌인양 진행

보건소가 주최한 소아정신과 학부모 강좌가 실제로는 제약사의 기획으로 진행된 '환자 발굴' 전략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보건소나 정신보건센터 주최로 '산만한 아이, 현명한 부모'라는 제목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관련 학부모 대상 강좌가 열리고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증후군' 즉 ADHD를 다루는 이들 강좌는 정부기관인 보건소 또는 지역 정신보건센터가 각 학교에 제안한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ADHD 약물을 판매하는 A 제약사의 사전 기획과 예산부담으로 모든 과정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A사의 '산만한 아이, 현명한 부모 학부모 강좌' 기획서류 등 내부문서에 따르면 이 강좌는 '신환 창출 프로그램' 즉 새로운 환자를 발굴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신환 창출 프로그램'에 따르면 각 지역 대형병원 소아정신과가 나서 지역 보건소 또는 정신보건센터에 강의가 가능함을 알리고, 보건소 등이 각급 학교에 학부모 강좌 제안공문이 가도록 '전략'이 수립됐다.

기획서에는 "가급적 (학부모 강좌의) 주최는 정신보건센터 또는 보건소로 하고 보건소 연계가 불가능하면 병원 홍보과/총무과/행정과를 어프로치(접근)" 한다고 돼 있다.

회사 내부서류에는 또 강좌내용과 참석 대상 학부모, 일정, 강좌당 예산 등도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기획서에 나타난 사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신들이 직접 나서지 않은 채 서울과 대구의 대형병원 3곳에 소속된 교수를 통해 지역정신보건센터와 보건소에 이런 제안을 했으며 보건소 등은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강좌를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 회사의 기획대로라면 교사와 학부모는 이 강좌의 주최 측이 제약사라는 사실은 알 수 없으며 학교나 보건소 등이 마련한 공공적 성격의 강좌로 인식하게 된다.

A사가 작성한 '산만한 아이 현명한 부모 프로그램 진행 결과'를 보면 2분기에 전국적으로 48곳의 학교에서 1만6천100여명의 학부모가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제약사가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정부기관까지 이용해 학생들을 '새로운 환자로 창출'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A사 관계자는 "ADHD에 대한 국내 인식이 저조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동이 적지 않다"며 "질병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 아동과 학부모, 교사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