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이틀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1일 체류일정을 하루 연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이날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이 예상됐지만 성사가 불발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측이 우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 외에 추가 카드 등 현 회장이 수용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 회장은 12일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커 어떤 메시지가 교환될지 주목된다. 북한에 136일째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씨(44) 문제는 '클린턴 방식'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방식 재연 가능성

한 대북 소식통은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이 12일 회동할 것으로 안다"며 "현 회장이 13일 오전 북에서 출발할 예정이며 유씨도 이때 같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평양을 전격 방문,당일 저녁 김 위원장을 면담한 뒤 북한이 억류해온 여기자 2명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간 것처럼 현 회장도 유씨와 함께 귀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초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이 개성에서 유씨를 인수 인계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조 사장이 개성공단 방문을 취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 회장이 유씨를 직접 데리고 나올 경우 북한은 대외적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유씨를 석방했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 또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남북관계를 푸는 데 있어 현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 득(得)이 되는 시나리오다.

◆현 회장 대북 메시지는

북한이 '통큰 협상'을 하기 위한 적임자로 현 회장을 직접 지목한 만큼 현 회장은 정부의 메시지를 어떤 형식으로든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 회장은 방북에 앞서 정부와 여러 차례 물밑 조율을 벌였다.

정부의 대북메시지에는 우선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6 · 15 남북공동선언,10 · 4 남북정상선언에 대한 입장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북한 주장대로 '6 · 15,10 · 4 선언 계승 · 이행'은 수용하기 어렵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누차 밝힌 "기존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석방과 함께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1년여간 중단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관광을 포함한 개성공단 운영 정상화,이산가족 상봉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 회장이 방북하기에 앞서 (유씨 문제 등) 남북 현안에 대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한 것을 감안하면 현 회장을 통해 이 같은 뜻이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도 현 회장을 통해 우리 정부에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이 경색국면을 풀 중대한 제안을 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