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쉬-지멘스는 고효율 냉장고를 공짜로 주는 대신 전기를 많이 먹는 구형 냉장고를 수거했다. 이를 통해 감소된 냉장고의 전기사용량과 구형 냉장고의 냉매 처리분을 CDM실적으로 인정받아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CDM은 2005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서 도입된 것으로 선진국 기업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하고 탄소배출권(CER) 형태의 보상을 받아 수익을 보전하는 사업형태다.

녹색 성장(Green Growth)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즉 고유가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기술과 청정 에너지를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런 이유로 태양광,그린카,LED,풍력,원자력,연료전지,바이오연료,지열,전력IT 등 탄소시장 관련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굴뚝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탄소배출권 사업의 피해자일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앨코어,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석유 · 가스회사인 듀크에너지나 쉘 오일 등 포천지 500대 굴뚝기업도 오히려 탄소 배출량 상한제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LG경제연구원 김치헌 선임연구원은 "녹색 성장은 모든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가치제공의 대상과 수익원을 분리시킴으로써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한 축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은 녹색 변화에 대응할 녹색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는 등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특히 탄소배출량 거래제는 대다수 기업들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LG상사는 녹색성장을 기회로 이용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육불화황(유엔이 6대 온실가스 중 하나로 지정)을 섭씨 1300도의 고온으로 태워 없애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UN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승인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LG상사가 향후 유엔의 추가 실사를 거친뒤 연간 55만~98만t의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독자기술로 탄소배출권 시장에 진입한 첫 사례다.

녹색품질 인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국제 표준화 기구(ISO)는 환경성과를 중요시하는 기업을 나타내는 ISO26000을 내년쯤 공표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최근 제품별로 생산 전 과정의 탄소발생량을 표시해 라벨을 붙이는 '탄소성적표시제'를 시작했다.

녹색성장이 중요시되면서 친환경 관련 사업은 미래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리콘 밸리는 차세대 기술 키워드로 'Clean tech'를 지목하고 있다. 클린테크란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는 '무공해 기술'을 뜻한다.

소비자들이 몸에 좋은 식품을 원하면서 유기농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미 유기농협회에 따르면 미국 유기농 식품 시장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증가했다. 최근 친환경 소비성향을 드러내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가리켜 '에코 시크(Eco Chic)'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환경경영은 대세다. 21세기 새로운 환경 패러다임 시대를 맞아 정부와 기업은 친환경경영을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 속 친환경경영 시장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환경경영에 앞장서 온 기업과 기관에 자긍심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상해온 '친환경 경영대상'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열린경영연구원이 주관한 '2009 친환경경영대상'에 선정된 기업들은 친환경 제품 개발 및 친환경 경영에 앞장서 왔다. 시상식은 13일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수상기업 임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기업부문은 서비스,공공 등에서 7개 기업이 선정됐다. 제품 부문에서는 아파트 생활가전 금융 등에서 7개, 지속가능 부문에서 1개 기업이 각각 뽑혔다. 제조 공공행정 등에서 3개업체가 종합대상을 받았다. 중앙건설(아파트)은 6년 연속,고려산업(청수유지시스템수조)은 5년 연속,올가홀푸드(유통)는 4년 연속,금호석유화학(제조),금호산업고속사업부(운송),서울특별시SH공사(도시개발)는 3년 연속 수상했다. 심사는 기업부문 제품부문 지속가능부문 등 각각의 평가항목을 마련해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