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직장인 A씨.지갑 속에 있던 현금카드까지 잃어버려 집에 돌아갈 차비도 없다. 이렇게 막막할 때 신한은행의 폰뱅킹,인터넷뱅킹 고객이라면 다소 안심할 수 있다. 현금카드나 통장 없이도 현금지급기(ATM)에서 소액의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긴급출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폰뱅킹,인터넷뱅킹으로 서비스를 신청하면 은행은 고객의 휴대폰 문자로 긴급출금 인증번호를 발송한다. 고객은 그 번호를 ATM에 입력,30만원까지 현금으로 뽑을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놨을테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신한은행이 이 서비스에 대해 특허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한은행이 출원했거나 특허를 취득한 상품이나 서비스,업무방식은 1000여개.이른바 비즈니스모델(BM) 특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급증하는 BM 특허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수익원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최근 국내 시중은행 중 최초로 변리사를 채용했다"고 10일 밝혔다. 기술이 생명인 제조업체가 아닌 은행이 특허전담인력을 고용한 건 이례적이다.

이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금융시장 개방 등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금융사 간 '특허전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한 특허법인에서 변리사를 스카우트해 왔다"며 "직원들이 내놓는 아이디어의 옥석을 가리고 등록된 특허가 다른 회사로부터 침해받지 않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BM특허는 사업 아이디어를 정보기술(IT)과 결합시켜 발명한 상품 서비스 등에 특허청이 부여하는 특허다. 특허를 취득하면 20년간 독점 · 배타적인 권리를 갖는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미국 메릴린치가 1980년에 특허등록한 상품으로 경쟁사들은 그후 5년간 계좌당 10달러의 로열티를 메릴린치에 지불해야 했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한 은행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면 모든 은행들이 뒤따라 비슷한 상품을 출시해 출혈경쟁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지만 앞으로는 특허전쟁으로 경쟁의 양상이 변화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특허경영은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의 통합 이후부터 추진해 온 '혁신을 통한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장되거나 침해받지 않도록 BM 특허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