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방북] 유씨 석방-금강산 관광 '빅딜' 가능성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평양을 방문하면서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해빙모멘텀을 맞을지 주목된다. 현 회장은 이번 방북 기간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 회장이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북측에 전할 것으로 알려져 남북 간 빅딜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평양으로 부른 이유는

북한이 현 회장을 평양으로 부른 것은 '정치적 담판'을 지으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지 유씨 석방에 관한 협상이라면 평양이 아닌 개성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평양으로 초청한 것은 미국 여기자 석방 때처럼 민간인을 활용해 정치현안 타개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현 회장을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네 차례의 남북 당사국 간 실무회담이 있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한 차례도 없었다"며 "북한이 정부가 아닌 민간 채널을 선택한 것도 남북 경협관련 현안에 대해 남측 기업과 직접 '통큰 협상'을 하겠다는 속내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만날까

북한이 현 회장을 평양으로 초청한 것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전제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미 1~2개월 전부터 중국에 위치한 대화채널을 통해 현대그룹과 북한 당국이 4개월 이상 억류 중인 유씨 석방문제에 대해 충분한 사전 협의를 해온 만큼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회동 가능성은 높다. 특히 북한은 큰 현안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항상 상대국 고위관계자와 직접 담판을 통해 문제를 풀어왔다. 당초 조건식 사장으로 알려졌던 협상 채널이 현 회장으로 한 단계 격상된 것도 여기에 무게를 더한다. 대북 소식통들은 "여전히 북한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김 위원장이 현 회장과 만나 남북경협 현안 등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북 메시지 갖고 갔나

정부는 이날 북한을 방문한 현 회장에 대해 '사업자 차원'의 방북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내부적으로 현 회장과 조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 회장과 통일부 사이에 (유씨 문제 해결 등을 위한) 그런 차원의 협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해 정부와의 사전교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이번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꽉 막혀있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뚫어줄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빅딜 이뤄지나

현 회장의 방북에선 남북 간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억류 중인 유씨 석방이 현안인 반면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식량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이 시급한 처지다. 실제 북측은 물밑접촉을 통해 이를 우리 측에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우리 정부는 당장 쌀 비료 제공은 어렵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는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일종의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의 태도가 바뀌면 거기에 걸맞게 우리도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평양회동 때 일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호/홍영식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