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의 성소'로 휴가 가는 오바마 초호화 구설수

일벌레형…휴식형…자숙형…휴가 패턴 '각양각색'

[Global Issue] 세계 각국 정상들은 여름 휴가 어떻게 보낼까?
여름철 휴가가 피크를 맞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3일부터 6일까지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

해외 지도자들의 여름 휴가는 짧게는 2주일,길게는 두 달이 넘는다.

휴가 패턴도 각양각색이다.

휴가 기간 중 구상한 정치나 비즈니스가 휴가 후 정국의 방향을 바꾸거나,기업전략을 수정시키기도 한다.

또 휴가 중 발생한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 오바마 '흑인들의 성소'서 휴가…초호화 논란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휴가지로 미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섬인 마서스 빈야드에 있는 초호화 농장형 별장을 선택했다.

매매가격이 2000만달러(약 250억원)에 달하고 1주일 임대료만 5만달러(약 6000만원)에 이른다.

수영장 농구장은 물론 전용 해변까지 갖췄다.

의료개혁법안 상정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 1주일간 부인 미셸 여사 및 두 딸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임대료는 백악관과 오바마 대통령이 공동 부담키로 했다.

미 볼티모어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들의 성소'로 통하는 마서스 빈야드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이곳을 택했다고 전했다.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수십년 전 여름 휴가철에 갈 곳 없는 흑인 중산층은 이곳을 피난처 삼아 모여들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도 여기서 수영과 글쓰기를 즐겼다.

미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 소위 성공한 힘 있는 흑인들도 마사스 빈야드 애호가로 통한다.

이를 둘러싸고 미국에선 찬반 여론이 뜨겁다.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들의 상징적 장소를 선택함에 따라 미국 사회의 흑 · 백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극심한 경제난과 실업난에 여름휴가는 꿈도 못꾸는 국민이 많은 상황에서 초호화판 휴가를 보낸다는 점에서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 '일벌레' 브라운 vs '휴식형' 사르코지

영국에선 "모름지기 영국 총리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총리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근처에 최대한 오래 머물러야 한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워커홀릭으로 통하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지난달 24일부터 한 달간 스코틀랜드의 지역구인 커콜디 인근 자택에서 조용한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지도 추락과 의원들의 세비 남용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그는 휴가를 즐기기보단 정국을 구상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영국 웨일스온라인은 "브라운 총리가 측근들과 이메일 및 전화로 내년 총선 구상을 하면서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가디언지는 "브라운 총리의 여름 휴가지는 소파(자택에서 조용히 쉰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보수당 데이비드 카메론과 자유민주당의 닉 클레그 당수는 각각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여름휴가를 만끽할 계획이다.

또 다른 워커홀릭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3주 일정으로 남부 프랑스의 휴양지인 코트다쥐르 네그르 곶에 있는 처가 소유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술과 담배를 안 하고 운동 마니아인 그는 지난달 26일 베르사유 궁전 근처에서 조깅을 하다 갑자기 쓰러지는 등 최근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온 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엔 그루지야 사태 중재와 아프가니스탄 방문을 위해 여름 휴가를 반납했었다.

⊙ 잇단 추문 베를루스코니는 자숙할까

최근 중의원을 해산한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여름 휴가를 포기했다.

총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지역구 유세와 자민당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의사회 농협 변호사회 등에 지지를 호소하며 뜨거운 여름을 보낼 계획이다.

총리 관저 직원 및 자민당 주요 당직자들도 휴가를 반납했다.

아소 총리와는 달리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25일 3주간의 장기 휴가를 떠났다.

현지 언론들은 그가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등을 관람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총선 부담은 크지만 독일에서는 여름 휴가철에 선거운동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분위기인 만큼 자리를 피해주려는 의도가 크다.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에 맞선 사민당 총리 후보 프랭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은 알프스 산간에서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최근 잇따른 추문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올여름 휴가만큼은 예년과 달리 4월 강진으로 피해를 본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에서 복구작업을 도우며 자숙의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그는 매년 여름 사르디니아섬의 호화 별장에서 비키니 차림의 미녀들과 휴가를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 교황은 휴가 중 손목 다치기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달 초부터 이탈리아 북서부 알프스 지역인 발레 아오스타주의 레스 콤베스 디 인트로드 마을에서 2주간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 넘어져 손목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손목 골절 수술을 받고 퇴원한 그는 다시 여름 휴양지에 돌아왔다.

현지 언론들은 교황이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일반인과 똑같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1년에 두 차례 호숫가 근처 조용한 별장에서 1주일씩 칩거하며 은둔형 휴가를 보내기로 유명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올 여름에도 '생각 주간(Think Week)'을 활용해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비전을 짤 것으로 보인다.

생각 주간은 1년에 한두 차례 1주일 동안 일상적인 일에서 벗어나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게이츠의 여름 휴가는 별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하루 두 차례 간단한 음식을 넣어주는 관리인이 유일할 정도로 철저히 세상과 단절돼 있다.

⊙ 유명인사 단골 휴양지는?

흑해연안의 휴양도시 '소치'의 '보차로프 루체이'는 러시아 지도자들이 단골로 찾는 장소다.

러시아 남부 흑해를 끼고 있는 소치는 북으로는 코카서스 산맥의 눈덮인 산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6~25도로 아열대성 기후라 러시아인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자갈과 백사장으로 뒤덮인 해변,스탈린 시절의 건축물과 유적들은 여름마다 약 200만명의 관광객을 소치로 불러들인다.

또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며 동계 스포츠의 중심도시로도 도약하고 있다.

소치는 옛 소련의 철권통치자였던 이시오프 스탈린이 별장을 지으면서 화려한 휴양도시로 개발됐다.

캠프 데이비드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주로 여름 휴가와 성탄절 휴가를 보낸 장소로 유명하다.

수도 워싱턴DC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캐탁틴 산맥 내에 위치한 캠프 데이비드는 73만㎡의 부지에 산책로와 함께 골프연습장,테니스 코트,수영장,볼링장,승마장 등 휴양시설이 갖춰져 있다.

사무실과 회의실 숙소 등이 있어 업무도 가능하다.

깊은 산속에 다양한 나무와 꽃들로 둘러싸인 캠프 데이비드는 조용하면서 외부로부터 차단된 장소로 미 해병대원들이 철통같이 방어하고 있는 곳이다.

미 국방부 저널은 1998년 캠프 데이비드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시설로 꼽았을 정도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인 1942년 연방정부 직원들의 휴양지로 처음 건설한 이후 후임인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대통령 휴일별장으로 공식 지정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찾는 휴양지는 보하이만에 있는 베이다이허다.

허베이성 친황다오에 있는 구로, 마오쩌둥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의문의 비행기 추락사를 당한 임표의 별장도 이곳에 있을 만큼 예전부터 중국 지도자들이 즐겨찾았다.

베이다이허는 지도자들이 휴양과 함께 국가 대사를 논의하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당과 군,그리고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매년 한차례 이곳에 모여 국가적 아젠다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회의는 7월 말이나 8월 초에 열리는데,이때는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된다.

김미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