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이패스 단말기 시장이 지난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후불제 교통카드 제도 덕분에 갈수록 커지고 있다. 후불제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별도의 충전 없이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 단말기를 이용한 뒤 한 달 단위로 결제할 수 있다. 하이패스 단말기 보급 대수는 현재 전체 차량의 15%가량인 250만대를 넘어섰으며 올해 안에 3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제조사도 사업 초기 10여개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 60여개까지 늘어났다.

최근 하이패스 단말기의 특징은 별도의 전원 연결이 필요 없는 무선 제품이 늘고 있다는 것.과거 투박한 디자인의 단말기와는 달리 세련된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이패스,무선과 디자인으로 승부하라

무선 하이패스는 고속도로 주행시 안전사고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운전자들이 하이패스 단말기의 전원을 연결하려다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무선 제품의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다. 무선 제품은 설치가 편리하고 깔끔한 외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적외선 통신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아 다른 전자기기와의 간섭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이패스 전문업체인 AITS는 무선 하이패스 단말기 '티엔 이지(Tn easy)'를 최근 내놨다. 이 제품은 검은색 일색의 단말기에서 벗어나 화이트와 고급스러운 느낌의 티타늄 실버 색상을 적용했다. 회사 측은 그동안 안정성이나 성능에 비해 크기가 크고 디자인이 단순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엔 이지는 색상의 차별화뿐만 아니라 꺾임 구조로 제작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카드 크기의 소형 제품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착탈식 고용량 충전 배터리를 장착했으며,휴대폰 충전기로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톨게이트 통과시에만 자동으로 전원이 켜지는 초절전 기능을 갖춰 한번 충전으로 최대 10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SDS도 케이블 연결이 필요 없는 건전지형 무선 하이패스 단말기 '애니톨 프리'를 지난 5월 출시했다. 이 제품은 검은색 케이스에 유선형 디자인을 적용,위에서 보면 자동차의 윗부분을 보는 것과 같은 깔끔한 외형을 갖고 있다. 설치가 간편하고 저전력 설계로 하루 2회 이용시 6개월 정도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

◆단말기,더욱 날씬하고 더욱 가볍게

최근 하이패스 시장에서는 슬림형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LG노텔은 두께 11.6㎜에 무게 43g짜리 초경량 하이패스 단말기 '패스Q 슬림'을 이달 초 내놨다. 이 제품은 국내에 출시된 하이패스 단말기 중 가장 얇고 가장 가볍다. RF(무선주파수) 방식의 음성 전용 단말기로,깜찍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국내 하이패스 단말기 1위 업체인 서울통신기술도 두께가 21.6㎜로 날씬한 충전식 단말기 '엠피온 SET-500 리노'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제품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장착했으며,음성 안내 기능으로 운전자가 손쉽게 이용 요금과 잔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가 내놓은 '엠피온 티니' 역시 경량형 제품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엠피온 티니는 일반 신용카드보다 작고(가로 8.3㎝,세로 6.2㎝) 무게는 46g에 불과하다. 이 제품은 자동차 실내 룸미러의 뒷면 유리창에 손쉽게 부착할 수 있어 차량의 대시보드 공간을 활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고,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LS전선도 최근 무선 하이패스 단말기 '이웨이 큐비'를 출시하며 디자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제품은 운전자에게 최적의 시야각을 제공하는 피라미드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에 다양한 색상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OLED 화면을 장착했고 음성 안내를 통해 카드 잔액 및 통행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일체형 제품도 늘어

최근에는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가 하나로 묶인 일체형 제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아이트로닉스의 '아이패스 콤보(ITE-1000S)'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SK마케팅앤컴퍼니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엔나비'를 탑재했다. 단말기 외부에 'Q 터치' 버튼을 달아 주요 기능을 한 번의 클릭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이패스 콤보는 SK마케팅앤컴퍼니와 우리은행의 제휴 상품을 통해 돈을 미리 지불하지 않고 제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 SK마케팅앤컴퍼니 관계자는 "엔나비를 알리는 차원에서 '우리SK-디지털카드'에 가입하면 아이패스 콤보 제품을 선금 없이 주고 있다"며 "대금은 OK캐쉬백으로 36개월간 결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통신기술의 '엠피온 EN(SEN-100)'도 내비게이션 일체형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엠피온 EN은 내비게이션 지도로 널리 알려진 '아이나비 맵'이 탑재돼 있으며 DMB 기능을 갖추고 있다. 조도 센서를 장착해 밝기가 자동 조절되며,USB 등을 꽂을 수도 있다.

인켈의 '와이드 터치 L300P'는 하이패스 일체형 내비게이션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2기가바이트(GB) 모델이 20만원대,8GB 제품은 30만원대다. 현대오토넷도 최근 엠앤소프트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Q 지니'를 탑재한 일체형 제품 'PONTUS TT-7'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패스를 이용하면 톨게이트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혜택이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