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장(腸)세포가 음식물 섭취시 유입되는 나쁜 미생물(非공생 미생물)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끊임없이 질병에 시달려야 한다.반면 장내에 서식하는 유익한 미생물(공생 미생물)은 장세포에 의해 보호돼야 건강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이 같은 장세포의 차별적인 미생물 조절 원리가 국내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화여자대학교 생체공생시스템 창의연구단(이원재 단장)이 동물의 장세포에 공생 미생물과 비공생 세균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면역 반응의 원리를 밝혀냈다고 9일 발표했다.장세포의 미생물 조절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질환을 이해할 수 있는 학문적 토대를 마련한 이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의 국제저널인 ‘네이처 이뮨놀로지(Nature Immunolgy)’ 10일자에 게재됐다.

생명체의 몸은 일반적으로 모든 미생물(유익한 공생 미생물과 비공생 미생물)에 대해 강력한 방어 작용을 수행하지만 장세포는 예외적으로 유익한 공생 미생물은 보호하는 반면,비공생 세균은 신속히 제거하는 이중적인 특이 반응을 보인다.하지만 이 원리는 지금까지 생물학계에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단은 장세포에서 비공생 세균은 제거하는 동시에 공생 미생물을 보호하는 DUOX 효소의 기능과 조절 원리를 규명했다.연구단은 초파리 실험에서 DUOX가 제거된 초파리는 장세포가 음식물로부터 유래된 미생물을 제거하지 못해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혔다.DUOX가 제거된 초파리는 음식물 섭취 행위가 감염으로 이어지고 장내 미생물이 수만 개로 불어나게 돼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장세포가 미생물 감염을 인지하면 DUOX효소의 발현량과 활성화가 빠른 속도로 증가돼 살균 작용을 하는 활성산소와의 합성이 이뤄져 초파리의 건강과 생명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이 같은 DUOX 효소의 발현 증가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대표적인 단백질인 MAPK의 활성화를 통해 이뤄졌다.MAPK가 제거된 초파리는 미생물 감염에 치명적인 치사율을 보였다.반면 DUOX가 지나치게 활성화 되면 MAPK를 억제시키는 CanB와 MKP가 활성화돼 DUOX의 발현이 조절됐다.이 같은 과정은 불필요한 활성산소의 합성을 제어해 공생 미생물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이원재 단장은 “이번 연구는 공생 미생물이 어떻게 장세포의 미생물 제거 시스템을 회피하면서 장 내에 서식할 수 있는가라는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며 “면역 방어 기전 문제로 발생하는 질병의 근원을 발견하고 체계적인 치료 방안을 모색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