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항생제 오남용이 원인..한국도 안전국가 아냐"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장염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027' 균주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대목동병원 정성애·태정현(소화기내과)·이미애(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동안 6차례에 걸쳐 `항생제 유발성 중증 대장염'이 생긴 오모(52.여)씨의 대변을 채취해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검사를 한 결과, 국내 처음으로 `027균(클로스트리듐 디피실 PCR 리보타입)'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항생제 유발 장염이란 나쁜 균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가 좋은 균주도 죽여 보다 유해한 균이 장 내에 자라서 발생하는 장염을 말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에 국내에 알려진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은 항생제를 사용할 때 장염을 유발하는 균주지만, 기존 항생제를 중단하거나 경구 메트로니다졸이나 반코마이신을 처방하면 환자의 90% 이상에서 상태가 호전되는 일반 균주였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 발견된 027균주는 기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의 변종으로 일반 균주에 비해 10배의 독소를 배출해 `독성 거대 결장'이나 `패혈증'을 유발하고, 강력한 전염력과 14%의 높은 치사율로 악명이 높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027균주는 2002년 캐나다 퀘벡에서 처음으로 대유행해 161명의 장염 환자 중 37명(23%)이 한 달 만에 사망하고 1년에 60명(37.3%)의 사망자를 냈을 정도로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대유행 보고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 균주가 발견됐다는 보고는 없었다.

정성애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027 균주가 출현하면서 중증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장염이 유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무엇보다 항생제 오남용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