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원 · 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1228원50전(종가 기준)으로 하락,지난해 10월14일(1208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추가로 며칠 더 떨어져 지난 4일에는 1218원10전까지 낮아졌다. 이후 소폭 반등세를 보이긴 했지만 앞으로 환율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와 외국인 주식 투자 등 외환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감안했을 때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연내 1200원 이하 전망이 대세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6월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평균 환율을 1145원으로 예측했다. 이미 원 · 달러 환율이 1200원대 초반으로 내려온 점을 감안하면 연말에 11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도 하반기 평균 환율을 1175원으로 전망했다. 외국계 은행들도 대부분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4분기 원 · 달러 환율이 1150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BNP파리바는 1180원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JP모건,도이치뱅크,HSBC는 4분기 환율을 1200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 하락 전망이 우세한 것은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 상황이 앞으로 공급 우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지난 상반기 217억달러의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도 40억달러 이상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및 채권 투자가 늘어나면서 외환시장에 달러가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6조원가량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해외 경쟁사에 비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율 하락의 속도는 느려질 전망이다. 지난 3월 초 1590원대까지 올라갔던 환율이 5개월 만에 1200원대 초반으로 내려온 것과 같은 식의 급락세는 연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선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경상수지 흑자 폭이 축소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도 줄어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 만약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정부가 달러화 매수 개입을 한다면 이 역시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중요한 변수다.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매수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증시에 뛰어들면 외국인들은 이들에게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주가는 하락세로,환율은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기 환테크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을 이용한 시세 차익을 노리기에는 적절치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한다. 환율의 변동폭이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비해 많이 줄었기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 무리하게 베팅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유학이나 출장 등으로 환율과 관계없이 외화가 꼭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외화 예금을 통해 외국 돈을 분할 매입하는 것이 좋다. 나눠서 외화를 사 두면 이후 환율이 다시 오르는 급격한 변화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화예금은 미국 달러,일본 엔화,유로,호주 달러 등 다양한 외화로 예치할 수 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다. 외화로 예치하기 때문에 환변동 위험이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외화예금 상품에 원화를 입금하면 해외에 송금할 때 적용되는 환율(전신환 매도율)에 따라 외화로 전환된다.

환율이 떨어지고 있을 때 해외 여행을 떠난다면 현지에서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쓰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고객이 카드를 사용한 시점의 환율이 아니라 해외 제휴사(비자,마스타카드 등)로부터 사용 내역을 접수받는 시점의 환율로 계산해 고지서를 발송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마다 다르지만 사용 시점과 접수 시점의 차이는 짧게는 3~4일,길게는 30일까지다.

또 해외 여행을 떠나기 전 환율이 계속 떨어진다고 해서 미리 돈을 바꾸지 않고 있다가 당일 부랴부랴 바꾸는 것도 좋지 않다. 급하게 공항에서 환전하면 일반 은행 지점에서보다 두 배 정도 비싼 수수료를 물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환전 신청을 하면 유리한 환율로 돈을 바꿀 수 있다. 시중은행 홈페이지의 환전클럽에 가입한 뒤 일정 인원이 모이면 단체고객 할인을 적용받아 환율의 50~70%를 우대받을 수 있다.

유승호/이태훈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