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위기대응 능력."

삼성 계열사들이 2분기 빛나는 실적을 기록했다. 2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국내 증시를 깜짝 놀라게 한 삼성전자는 물론 상장된 18개 전 계열사가 흑자를 내며 '역시 삼성'이란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또 삼성SDS 삼성석유화학 삼성토탈 등 46개 비상장사 가운데 두세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흑자를 내며 저력을 과시했다.

그 힘은 물론 위기경영이었다. 작년 말 삼성 직원들은 심각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사장단 회의 직후 나온 메시지가 "외환위기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구조조정이 문제가 아니라 사업 자체의 존폐가 걸려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삼성은 본격적은 위기경영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직의 최상부에서 하부까지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몸을 추스린 셈이다. 조직개편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지출 예산을 감축하고,가장 효율적인 마케팅에 예산을 집중하는 등의 작업을 준비했다.

그 결과 삼성그룹 18개 상장사들이 2분기에 낸 영업이익은 4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이다. 때마침 각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 덕분에 삼성의 주력인 IT경기가 살아난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표주자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2분기 2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TV사업이 제2의 캐시카우로 떠오른 것이 성과였다. TV를 주력으로 한 디지털미디어사업부문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개선을 이끌었다. 특히 LED TV에서 빛나는 성과를 올렸다. 경쟁사들이 구조조정에 주력하고 있을 때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LED TV 마케팅에 나섰다. 전 세계 메이커 중 사실상 시장에 처음 발을 내디딘 전략이 적중하며 LED TV 판매에서만 수천억원을 벌어들였다.

새로운 캐시카우로 등장한 휴대폰 부문도 세계시장 점유율 20%를 기록하며 1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03년 이후 삼성전자를 먹여살려온 반도체와 LCD는 1분기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선전은 계열 부품업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기,삼성SDI,삼성디지털이미징 등이 일제히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삼성전기가 좋은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기는 2분기 사상 최대인 12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무려 433%에 달했다. 주력제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데선) 판매가 크게 증가한 데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원가절감 효율성 개선 노력 덕분이다.

삼성SDI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물론 2분기 중 차세대 먹을거리로 부상한 자동차용 전지부문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더 큰 성과로 꼽히고 있다. 카메라부문을 떼어낸 삼성테크윈도 선전했다. 반도체장비 부문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전 사업부문이 흑자를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64%나 급증했다.

금융계열사들의 실적개선도 눈에 띈다. 삼성카드가 무이자할부 축소와 저수익자산 매각,판매관리비 감축 등을 통해 18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삼성화재도 27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제일모직은 다각화된 사업구조의 덕을 보며 시장의 전망치를 웃도는 8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케미칼 사업과 패션사업이 꾸준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데다 전자재료 사업부의 성장세가 두드러져 하반기에도 계속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조선업종 불황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와중에도 작년 2분기보다 18% 증가한 22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선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단일수주로는 사상 최대인 600억달러 수주에 성공하며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이에 따라 삼성 주요계열사들이 주가도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73만원대까지 올라서며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대로 훌쩍 뛰어올랐고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카드 제일기획도 최근 1년 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18개 계열사가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21%를 넘어서며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삼성 그룹 계열사들은 위기 시 더욱 높아진 시장점유율과 대규모 수주를 통해 다른 기업에 비해 더욱 빠른 속도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