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계열사들의 2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로 요약된다. 간판 계열사인 전자는 14조4974억원(글로벌 연결 기준)의 매출과 1조13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디스플레이,화학도 각각 2176억원과 6603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업계에서는 LG 계열사들이 약진한 요인으로 공격적인 경영방침을 꼽고 있다. LG는 올해 초 기업의 정체성을 '민첩한 추격자'에서 '마켓 리더'로 바꾸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해 왔다. LG 관계자는 "위기를 장기적 안목으로 정면 돌파하는 구본무 회장의 리더십과 안정적인 기업 지배구조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며 "여기에 정교한 글로벌 브랜드 전략,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고객을 존중하는 기업문화 등이 더해져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자는 이익의 대부분을 휴대폰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TV,백색가전,에어컨 등의 제품이 각각 2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지난 1분기 60%에 달했던 휴대폰에 대한 영업이익 의존도가 40%까지 낮아진 것.

특히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15배 가까이 늘어난 2236억원에 달했다. 매출 역시 전분기보다 4.9% 증가한 4조5086억원까지 높아졌다. 영업이익률도 5%대로 올라섰다. 조직 개편을 통해 HE사업본부로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3분기의 TV 사업부문 영업이익률이 0.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조직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실적이 좋아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불황을 감안해 중소형 제품의 종류를 늘리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며 "영업이익률이 높아진 것은 물류 시스템 개선을 통해 재고비용 및 재고일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3분기에는 LED(발광다이오드) TV 신제품을 포함한 전략제품이 대거 출시된다"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올해 LED 제품을 포함해 총 1800만대의 LCD(액정표시장치) TV를 판매하는 것으로 목표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휴대폰도 여전히 제몫을 해 줬다. 2분기 휴대폰 부문 매출은 4조8769억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24.5%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9.9% 늘어났다. 휴대폰 판매량은 3000만대에 바짝 다가선 2980만대로 전분기보다 32% 많아졌다.

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것은 터치스크린 휴대폰을 중심으로 선진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5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터치폰의 대중화'를 선언한 '쿠키폰'이 효자 노릇을 했다. 쿠키폰은 지난 2분기에만 270만대가 판매됐다. 누적 판매량은 510만대에 달한다.

전자와 함께 'LG 빅3'로 꼽히는 디스플레이와 화학은 시장 전망치에 비해 50% 이상의 초과 이익을 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TV의 수요 확대와 패널 가격 상승,LG화학은 중국 시장의 호조 덕을 봤다.

올해 2분기 디스플레이의 공장은 쉴 틈이 없었다. LCD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주문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은 분기기준 최대치인 4조8905억원에 달했다. LCD 패널의 ㎡당 평균가격도 전분기에 비해 11% 상승한 739달러까지 올라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3분기 면적 기준 출하량은 2분기보다 10% 이상 늘어나고 패널 가격도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대한 생산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실적을 견인한 사업부는 석유화학이었다. 이 부문에서 2조8843억원의 매출과 53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52억원과 1295억원으로 집계됐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급증했다"며 "정보전자소재 부문 역시 중국의 가전하향(家電下鄕 · 구매보조금을 통한 소비촉진 방안) 정책에 힘입어 편광판 등 LCD TV용 부품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화학은 3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하이브리드카용 전지 매출도 추가된다"며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른 상사도 2분기 중 매출 1조441억원과 영업이익 627억원을 기록하며 'LG 어닝서프라이즈 클럽'에 합류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