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매' 홍보대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5~6년이 됐다. 처음에는 '미숙아 사랑'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태어나자마자 힘든 삶에 던져졌는데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영아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동료 연예인들과 불우 청소년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그러던 중 개인적으로 새로운 일을 벌이기 시작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2007년.아프리카 케냐의 빈민가로 의료봉사를 가자는 제의를 받았다.

케냐는 멀기도 하지만 험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말라리아 등으로 자칫 건강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하고 지정병원에서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고,의사로부터 현장에서의 주의사항을 꼼꼼히 들었다.

그리고 밟은 아프리카 땅.의료진은 이미 도착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들과 합류한 나와 방송인 김용만씨는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힘들게 산다는 빈민가 키베라라는 곳과 케냐에서 차로 4시간 넘게 걸리는 마사이족 거주지 카지아도를 찾아가 의료진을 도왔다. 이런 오지에 굳이 홍보대사가 동참한 것은 대중들에게 봉사활동의 필요성을 알리고 후원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든 주민들.줄을 세우고,시력을 재고,안약을 넣어주고,두려워하는 아이들을 달래 안심시키고,진찰 기록도 하고….그리고 틈틈이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보여주며 "이게 너야.네 모습이야~"라고 설명해주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몰려들었다. 쉬는 시간이면 군것질거리의 과자와 사탕을 나눠주고,김용만씨의 입담과 재미있는 몸짓에 아이들은 신나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너무 순수하고 천진해서 사랑스럽기만 한 코 훌쩍이는 까만 아이들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프리카의 아이들.그들의 퇴보된 환경에서 밝은 미래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시력을 재는 것이 무엇인지,안경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이유를 모른 채 살아가는 빈민가와 마사이족 사람들.옥수수 한 줌으로 네 식구가 하루 끼니를 해결해야 하고,내 품에 안겼을 때 한 팔로 안아도 남을 만큼 메마른 아이들.지금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더 많이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세상에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부자가 많다. 그들은 사회에 재산을 환원하기도 하고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서슴없이 베풀기도한다. 이들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케냐에서의 감정을 기억하고,훗날 나도 부자가 된다면 아름다운 부자로 살고 싶다.

오미란 한국모델협회부회장 i16ke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