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5일부터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사업조정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대폭 이양하기로 하면서 SSM 논란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소유통업계는 일단 이번 고시 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역경제의 주축은 지역 중소 상인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소상공인 편에 더 가깝지 않겠느냐"며 "일단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지역민들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으로서는 대기업보다는 지역민 출신이 대부분인 중소상인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계산이 깔렸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홈플러스 옥련점이 처음으로 사업조정을 신청한 이후 각 지자체는 앞다퉈 SSM을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충청북도는 도내 대형마트 점장을 불러 SSM 출점 자제를 요청했고, 마산시는 SSM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례제정 방침을 발표했으며 청주시도 대형마트와 SSM에 교통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또 이번에 도입된 사전조사신청제도는 사실상 SSM 사전 허가제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소유통업단체가 대기업의 시장진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제도는 SSM 입점 정보를 사전에 공개해 양자 간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패를 다 보여주고 게임을 하는'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사전 허가제랑 다를 바가 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역상인들이 SSM 예상 지역마다 정보 공개를 청구해 사업조정을 신청하게 되면 앞으로 SSM은 출점하는 족족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상인 간의 자율협의를 유도하기 위해 지자체에 설치되는 사전조정협의회도 위원 임명권이 시·도 지사에게 있기 때문에 대형업체 쪽에 불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한결같이 "사실상 출점이 매우 어려워졌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조례 등 기준이 달라서 출점 절차가 복잡해지고 규제가 강화됐다"며 "지방의 반대여론이 심한 상황에서 사업이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지금으로서는 향후 대책을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어쨌든 중기청은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논란의 여지가 클 수밖에 없는 어려운 결정권을 지자체로 넘기게 됐다.

실제로 중기청은 그간 긴 침묵으로 일관하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전통 시장을 방문해 대형 유통업체 규제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이후 본격적인 규제안 마련에 나서는 등 정치권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석우 중기청장은 '떠넘기기가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개별 지역 상인들의 상황은 지자체에서 가장 잘 안다"며 "사업조정권 이관의 목적은 양측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업조정을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으로 할 경우에는 신속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지역별로 조정 내용이 균형을 잃는 일이 없도록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