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50km ‘KTX-Ⅱ’ 서울~부산 2시간내 주파
[Science] 열차의 '속도 혁명' 정거장은 없다… "총알 타고 달려볼까!"
모두들 기차여행에 대한 좋든 안좋든 추억쯤은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다.

40∼50대에게는 학창시절 완행열차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기억들.

90년대 대학생들에게는 지금은 없어진 통일호를 타고 서울에서 가평, 강촌 등으로 MT를 가던 기억들.

아련하고 재미있던 기억이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기차하면 수학여행도 아니고 아마 지하철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고속도로도 잘 닦이고 KTX 등 고속열차도 생겼지만 최근에는 기차로 떠나는 각종 테마 여행상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기차는 1899년 9월 노량진과 제물포 간 운행을 처음 시작한 이래 서민의 발로 산업의 동맥으로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1900년대 초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일반 열차로 17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지금은 대략 2시간 4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되는 2010년이 되면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기차는 이른바 ‘속도의 혁명’을 이끌어 내고 있다.

더욱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시속 350km급 한국형고속열차 KTX-Ⅱ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운행될 예정이라 이제 전국이 1일 생활권을 넘어 반나절 생활권으로 접어들 예정이다.

현재 운행 중인 한국형고속철도(KTX)가 2004년 첫 운행을 시작한 이후 5년 만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일본, 프랑스,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시속 350㎞ 이상으로 달리는 초고속열차를 독자적으로 제작해 운영할 수 있게 된 시대가 열렸다.

과연 우리나라의 열차 기술은 어느 정도 발전돼 있는 것일까?

⊙ 시속 350㎞가 넘는 KTX-Ⅱ…서울 부산간 2시간 안에 주파

KTX-Ⅱ는 1996∼2002년까지 6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부품에서부터 전체 시스템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하고 제작한 열차다.

전체 부품의 약 92%를 국산화했다.

1100kW급 고속 대용량 유도전동기와 디지털제어 기능이 장착돼 있고 전자석을 이용해 제동을 거는 최신 제동장치인 ‘와전류제동장치’도 장착돼 있다.

빠르게 달리고 잘 설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차라고도 할 수 있다.

차체는 알루미늄 압출재로 만들어져 훨씬 가벼워졌다는 것이 관련자의 설명이다.

차량수를 승객수에 따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KTX가 20량 고정편성인데 비해 KTX-Ⅱ는 차량 수를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다.

기존 KTX 열차의 문제로 지적돼 온 터널 내 소음과 진동도 대폭 낮춘 것도 특징이다.

KTX-Ⅱ는 2002년 시험운전을 시작해 2004년 12월 국내 최고기록인 시속 352.4km를 돌파했고 지금까지 총 20만km를 시험 주행하는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로 안전한 기차이기도 하다.

오늘날 철도의 속도는 곧 기술력과 산업의 척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속도 향상을 위한 세계 각국의 대결 양상은 가히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KTX-Ⅱ의 기술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007년부터는 또 다른 열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바로 최고속도 시속 400km를 내는 ‘차세대 고속열차시스템’이다.

오는 2013년까지 6년간 국내 30여개의 산·학·연 기관이 이 연구에 대거 참여할 정도로 국책사업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

국내외 고속철도 기술개발 동향에 맞춰 고속화와 대용량화, 쾌적성, 안전성 등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기존 한국형 고속열차와 KTX-Ⅱ가 동력집중식인데 비해 새로운 차세대 고속열차는 동력분산식이다.

축당 하중이 가벼워 철도 시설물의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가속과 감속 성능이 뛰어나 역간 거리가 짧은 한국의 사정에서 더욱 유리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KTX와는 전혀 다른 접근방법으로 개발하고 있는 고속열차도 있다.

바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연구개발을 완료하고 시험운행이 한창인 ‘틸팅열차’다.

⊙ 차세대 열차 ‘틸팅열차’란 무엇인가?

KTX는 전용 궤도를 건설하는 방법이어서 선로와 열차를 모두 바꿔야 했다.

하지만 이 열차는 기존의 열차 선로를 그대로 놓아두고 열차만 새롭게 만들어 빠른 속력을 얻을 수 있다.

틸팅열차는 틸팅(Tilting)이라는 말 그대로 기울여 달리는 열차를 말한다.

곡선 구간을 주행할 때 차량을 곡선 안쪽으로 기울임으로써 달리면서 생기는 원심력을 감소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스케이트나 오토바이 선수가 곡선 구간을 달릴 때 몸을 안쪽으로 최대한 기울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곡선 구간에서도 고속 주행이 가능해 전체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스웨덴 등과 같이 산악 지형이 많은 나라에서 틸팅기술이 발달돼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는 다소 늦은 지난 2001년부터 틸팅열차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중심이 돼 20여개의 대학, 연구소, 기업들이 모여 2007년 초 6개의 차량으로 연결된 틸팅열차 개발을 완료했다.

그 해 4월부터 현재까지 호남선과 전라선, 충북선, 중앙선 등에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7월 현재 총 주행 거리 10만km를 달성해 안정성을 일정부분 인정받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틸팅열차는 철도 고속화를 위해 새로운 선로를 건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건설비용 절감과 환경파괴 최소화, 전기 에너지 사용에 따른 친환경성 등의 장점이 있는 철도시스템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틸팅열차의 설계최고속도는 시속 200km, 운영최고속도는 시속 180km인 준고속 여객열차다.

차체가 탄소 섬유의 복합소재로 제작돼 기존 차체의 무게에 비해 30% 이상 가볍고, 세계 최초로 전체 차체를 일체형 성형 기법으로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틸팅열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틸팅대차는 첨단 전기 및 기계식 제어시스템으로 차체의 경사를 조정하며,조향장치가 부착돼 곡선 구간에서의 탈선을 방지할 수 있다.

또 위성 신호를 통해 곡선을 자동 감지해 곡선 구간이 나타나면 스스로 차체를 기울이는 특징도 있다.

이 때 열차에 전력을 공급받는 장치인 지붕의 집전장치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차체와는 반대로 기울어진다.

차체가 흔들리면서 고속 주행을 하지만 승객들은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고 차량 내 각종 시설물을 고급화 해 쾌적한 승차감과 함께 편의성을 높인 것도 장점이다.

틸팅열차는 고속철도가 다니지 않는 지역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열차로 우리나라 철도 네트워크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디젤연료를 사용하는 노후화된 새마을호 열차를 대체하는 열차로도 추진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현재 시속 100㎞∼140km에 머물러 있는 일반 철도의 속도를 높여 고속철도와 함께 우리나라 철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도움말 : 한석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부장>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