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각에서 경기 바닥논쟁이 벌어지고 있는가운데 신설법인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중기청에 따르면 6월 신설 기업은 5393개로 전달보다 34%(1364개)나 늘었고,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16%(731개)씩 증가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다 투자심리도 조금씩 살아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현상은 석 · 박사급 이공계 고급인력들이 직접 벤처기업을 만드는 '하이테크 창업' 바람이다. 중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국내 주요 대학에서 창업을 위해 휴직이나 겸직 신청을 한 연구원과 교수는 367명에 달한다. 벤처붐 직후인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100명선이었던 것이나 지난해에 70여명 만이 창업대열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외형상 놀랄 만한 숫자다. 이 정도면 하이테크 신기술로 무장한 고급두뇌들의 벤처 바람이 다시 부는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의미있는 현상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중기청이 755억원을 투입해 올해 첫 도입한 실험실 창업,예비기술 창업,아이디어 상업화 등 세 가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1800명 선발에 3789명이 몰렸다니 창업열기가 높은 건 사실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밝힌 5년간 1인 지식기업 5만개 육성전략이 효과를 낸다고 볼 수도 있고,우리사회에서 축적된 이공계 인력이 연구소와 대학 일변도에서 기업인으로 성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녹생성장 정책 등 정부 방침과 저금리가 어울려 현실적으로 하이테크형 벤처기업 여건이 좋아진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 늘어난다는 현상은 일단 고무적이다. 미래형 고급 일자리 확보차원에서도 그렇고,성장의 새 엔진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정부와 금융권에서도 이들 기술형 벤처기업을 육성 지원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종종 젊은기업가들이 의지가 충만하고 기술을 확보했으면서도 창업초기 자금 애로로 좌초(坐礁)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무엇보다 '엔젤 투자'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언제까지나 정책자금으로 반짝열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인 만큼 개인투자자들 중심의 벤처투자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정부주도의 벤처열기나 인위적인 창업붐은 우리가 몇년 전 경험했던 것처럼 자칫 벤처 버블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