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센주 정부에서 게임 연구 · 개발(R&D)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온라인게임 전시회 '게임즈 컨벤션 온라인(GCO)'에 참석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유병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무척이나 상기된 모습이었다.

스타니슬로 틸리히 작센주 총리는 GCO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열렸던 식전행사에서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한 수 배우겠다며 게임 R&D센터를 한국과 공동으로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말트 베르만 독일게임산업협회장도 "과거에는 한국이 독일 라인강의 기적을 배웠지만,이제는 독일이 한국에서 온라인게임을 배워야 할 차례"라고 거들었다.

인텔 IBM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의 R&D센터를 국내에 유치하느라 바빴던 정부가 거꾸로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게 됐으니 감격이 클 만도 했다. 유 실장은 "한국 기업이나 정부가 이제는 온라인게임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독일 작센주와의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했다.

작센주 총리의 제안은 아직 설익은 것이어서 어떤 방식으로 협력을 이끌어낼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독일의 제조기술과 한국의 온라인 기술을 접목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 게임회사가 불참하면 올해 처음으로 열린 GCO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제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유야 어떻든 한국 온라인게임이 해외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는 건 틀림없다. 독일에서 열린 전시회인데도 대만 태국 미국 등지의 바이어들까지 한국 기업 부스를 찾았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대접은 딴판이다. 걸핏하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댄다. 정부도,사회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 때문이다. 성인에 대해서도 게임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나올 정도다.

김평희 KOTRA 함부르크센터장은 "독일에서 매년 150여개의 박람회가 열리는데 GCO처럼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해외에서 칙사 대접을 받는 온라인게임이 국내에서는 사사건건 발목잡히는 현실이 떠올라 안타깝기만 했다.

박영태 라이프치히(독일)=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