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악지형에 맞게 개발된 국내 최초의 기동헬기(KUH)인 '수리온' 1호기가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어제 출고됐다. KAI가 개발에 들어간 지 38개월 만에 한국형 시제 헬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시제 헬기는 앞으로 개발 시험 및 운용시험 평가와 전투용 적합판정,양산준비 단계 등을 거쳐 2012년부터 작전수행에 투입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이번 최초의 국산 헬기개발로 세계 11번째 헬기 생산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국가경제적으로도 30여년 이상 운용해 온 노후 헬기를 대체할 수 있게 됐음은 물론 앞으로 다양한 파생형 헬기 개발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섬으로써 항공 강국으로 도약(跳躍)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항공산업 발전에 새로운 좌표를 찍은 셈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향후 헬기 생산이 차질없이 이뤄질 경우 앞으로 25년간 전세계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5조7000억원에 이르는 생산유발 효과를 비롯 3조8000억원의 기술파급 효과,6만여명의 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국방 당국의 설명이다.

항공분야는 핵심 방위산업으로서 뿐만 아니라 고급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전략산업인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우리의 경우 국방예산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올라 있으며,기계 전자 등 연관 산업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항공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집중 개발 육성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출고식에서 "이번 한국형 기동헬기의 성공적인 개발을 계기로 21세기에는 명실상부한 항공산업 선진국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脈絡)이다.

문제는 항공기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항공 산업의 경우 내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시장 진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까지 세계 시장에서의 인지도나 경쟁력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더욱이 엔진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업계는 이번 헬기 개발을 통해 확보한 기술과 경험은 물론 여타 산업의 발전 기반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방산 제품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의 수출지원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의 수출이 상대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 상황을 반복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