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미국의 수도 워싱턴 개발을 위해 구성된 맥밀런위원회는 도시계획을 하면서 광장 건설을 핵심사안으로 내세웠다. 그래서 '내셔널 몰'이라는 광장을 도심 한가운데 배치했다. 광활한 잔디광장 주변엔 링컨기념관을 비롯 국회의사당 자연사박물관 한국전쟁기념관 워싱턴기념탑 등이 들어섰다. 이곳에선 한 해 3000여건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지만 질서는 잘 유지된다.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교육의 장이란 인식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매년 250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정치도시 워싱턴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톈안먼광장은 동서 500m 남북 880m,총면적 44만㎡이다. 명(明),청(淸)대부터 내려오던 것을 1950년대 후반 확장하면서 당시 소련의 붉은광장(9만㎡) 보다 5배쯤 넓게 만들었다고 한다. 광장과 톈안먼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베이징을 정남북으로 가르는 중심축이 된다. 이를 '용(龍)의 척추'라 부른다. 오랜 기간 황실만을 위한 '닫힌 공간'이었으나 이젠 국가의 주요 행사를 치르는 심장 기능을 하고 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크고 작은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탓에 경계가 삼엄한데도 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은 1805년 트래펄가 해전을 기념해 만들었다. 원래 왕가의 정원이었으나 1820년대 건축가 존 내슈가 이 지역 재개발을 맡으면서 1845년 지금의 형태가 됐다. 이 광장에선 정치연설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1일 개장하는 광화문광장은 폭 34m 길이 557m 규모에 아기자기한 시설을 갖췄다. 광장 바닥 617개의 돌에는 1392년 조선건국에서부터 2008년까지 매년 발생한 사건이 새겨져 있다. 분수 '12 · 23'은 12척의 배로 23전 전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조형물이다. 조선시대 육조(六曹)거리도 재현했다.

광화문은 북쪽에 경복궁 근정전과 북악(北岳)의 주봉이 일직선으로 놓이는 서울의 중심이다. 광장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가슴이 확 트인다.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감정적 교류가 이뤄지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민주화의 산실이었으면서도 폭력 시위와 갈등의 현장으로 변질돼 온 서울광장의 오욕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곳이 광장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가꿔나가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