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 이상은 어린 시절 벌레와 함께 살았다. 시골은 물론 도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청마루 천장엔 거미가 매달려 있고,장롱 밑에선 돈벌레가 기어 나왔다. 다들 징그러워 했지만 무서워 떨진 않았다. 종이로 꾹 눌러 잡으면 그만이었다. 돈벌레는 내버려두라는 집도 많았다.

초등학교 여름방학 과제엔 또 어김없이 '곤충 채집'이 들어 있었다. 개학일이 다가오면 매미채로 잡은 잠자리나 나비 매미 등을 종이상자에 핀으로 고정시켜 제출하곤 했다. 곤충이고 뭐고 벌레라면 질색하는 정도를 넘어 자지러지는 요즘 아이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래도 망원경이 끝나는 곳에서 현미경이 시작된다던가. 요즘엔 각지에서 곤충 연구가 한창이다. 미국 조지아 공대에선 풍뎅이 등껍질이 디스플레이 액정 같은 구조를 지닌 데 착안,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자동차 페인트를 개발 중이고,뉴질랜드에선 같은 원리로 위조지폐 방지용 안전띠를 연구한다고 한다.

곤충 사이버그,곧 사이벅스(cybugs) 개발 프로젝트도 상당한 단계에 도달한 모양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거미 모양 로봇이 아닌 진짜 곤충에 칩을 넣어 원격조종한다는 건데 이미 박각시나방이나 딱정벌레 등에 초소형 칩과 전극을 심고 원하는 대로 날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전해진다.

이론은 복잡하지 않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곤충의 생리를 이용,새로운 기관과 조직이 발달하는 번데기 단계에 미세 전자기계시스템(MEMS)을 이식하면 성충으로 자라는 동안 제어장치를 자기 몸의 일부로 인식,외부 자극에 자연스레 반응한다는 얘기다.

버클리 대학이 딱정벌레,옵코스트사(社)가 귀뚜라미를 이용한 사이벅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가운데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방위연구계획청이 2006년 시작한 사이벅스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는 소식이다. 사이벅스가 요긴한 곳은 많을 것이다. 좁고 위험한 곳의 정찰과 촬영,인명구조, 폭발물 탐지 등.

그러나 자연 섭리에 대한 개입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안그래도 꿀벌은 사라지고 꽃매미는 포도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등 곤충들의 반란이 이어진다는 마당이다. 로봇의 위험을 걱정하는 이도 많다. 사이벅스의 효용성 못지 않게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싶은 이유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