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4%씩 성장할 수 있는 시기는 길어야 10년이다. 적극적인 M&A(인수 · 합병)로 덩치를 키워야 한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 "기업 실적을 올리고 싶으면 제품의 개수부터 줄여라."(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2009년 제주 하계포럼'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각 분야 CEO(최고경영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포럼 연사들은 "지난해 말 시작된 경제위기로 글로벌 경제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FTA와 M&A로 경쟁력 높여라"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은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반면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데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그 10년이 한국의 장래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대 저성장의 시기가 오기 전에 한 · 미 FTA(자유무역협정)와 한 · EU FTA로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M&A에 참가해 경쟁국가들과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 3분기까지는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다 4분기부터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는 -1.5%,내년에는 3.5%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종운 현대자동차 사장은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우주선'과 '고릴라'라는 단어를 통해 설명했다. 1990년대 미국 CBS의 토크쇼 진행자 데이빗 레터먼은 "우주선 조종사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방법은 조종석에 현대차 로고를 붙여놓는 것"이라며 현대차의 품질을 비하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올해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미국 고급차 시장에 내놓았을 때 미국 언론이 '뉴 고릴라의 출현'이라고 대서특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 사장은 "노사갈등이 극심한 위기상황에서도 '품질'이라는 끈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품질에 대한 열정은 결코 배신당하는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단골부터 챙겨라"

이성용 베인앤커퍼니 대표는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관리비용만 치솟고 있다면 제품의 개수와 옵션 종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닌지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의 한 식료품 업체의 사례를 들었다.

이 업체는 고객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식료품을 취급한다는 기존 전략을 포기했다. 대신 인기있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매장에 집중 배치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할인으로 인한 손실보다 줄어든 재고 관리비용이 더 컸다. 이 대표는 "제품과 옵션 종류를 단순화하면 생산,재고관리,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 충족과 비용 절감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우량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게 기업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대표는 할리데이비슨의 사례를 들며 "단골들을 마케터로 활용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과 비교해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동일한 광고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게는 5배,많게는 7배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며 "이 비용 중 일부만 단골들에게 투자해도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이 유발돼 광고 이상의 효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이날 오전 강연이 끝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정기간 근무한 파트타임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비정규직법은 아예 없어져야 한다"며 "노동유연성을 높이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일 수 없고 국내 기업들의 추가 투자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서귀포=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