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둘러싼 갈등을 푸는 해법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SSM을 프랜차이즈(가맹점)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SSM의 프랜차이즈화는 정부가 유통업체들에 줄곧 요구해온 동네 상권과의 상생 방안이다. 유통업체들은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점포수를 확대할 수 있고,동네 슈퍼들도 선진화된 유통 노하우를 전수받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프랜차이즈화,'불가'에서 '검토'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롯데슈퍼,GS수퍼마켓,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SSM '빅4'는 정부의 프랜차이즈화 제안에 사업성,관리 문제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 들어 '검토'로 입장이 바뀌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이달 초 홍석우 중소기업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상생안의 하나로 프랜차이즈화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SSM의 출점 등록제가 시행될 경우 유통업체들은 직영점 개설이 힘들어져 시장을 선점하려면 가맹사업을 병행하는 게 유리한 측면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SSM '빅4' 모두 정부 규제를 피하고 지역 상인들을 끌어안는 해법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신중히 검토하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가맹 방식이나 조건,관리,전산시스템 등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아 최종 결정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SM이 프랜차이즈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유통업체들이 2~3년 전부터 동네 슈퍼 수준인 330㎡(100평) 안팎의 작은 SSM을 주로 열면서부터다. 매장 규모가 직영SSM과 비슷해 동네 슈퍼도 가맹점 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상호 윈-윈" vs "대기업 종속"

SSM의 프랜차이즈 방식은 프랜차이즈형 볼런터리 체인(FVC)과 기존 편의점식 가맹방식(FC)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FVC는 동네 슈퍼에 유통업체들이 상품을 공급하고 브랜드를 공유하면서 점주의 경영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식.유통업체로선 적은 비용으로 가맹점을 늘리기 쉽지만 매장을 직접 통제하지 못해 위생사고 등의 위험과 이익 축소를 감수해야 한다.

FC는 유통업체들이 점주와 가맹계약을 맺어 시설과 점포 비용을 공동 투자하고 매장 진열,판매방식,마케팅 등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유통업체들의 입장에선 편의점 모델이이미 검증된 데다 점포 관리가 용이하고 판매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주문 · 발주,재고관리 등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점주 선정부터 이익 보장 등 실행 과정에서 마찰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것이 부담이다.

김종호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장은 "대형 유통업체는 가맹사업으로 점포를 늘려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고 동네 슈퍼들은 취약한 물류와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윈-윈' 방안"이라며 "무자료 거래가 줄고 카드 결제가 늘어나면서 동네 슈퍼들이 가맹 방식을 택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 상인 단체인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반대' 입장이다. 김경배 연합회장은 "형태만 다를 뿐 대기업이 동네 상권까지 장악하는 것은 똑같다"며 "동네 슈퍼들의 경쟁력이 강화되기보다는 대기업에 종속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