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1년에 두 차례 갖는다는 '생각 휴가(Think Week)'를 어떻게 보는가. 가족도 데려가지 않고 별 과제도 없이 외딴 별장에서 한 주를 보내며 혼자 생각만 하는 휴가를 말이다. '그게 무슨 휴가냐'는 사람도 있겠지만,경영자의 휴가는 어쩌면 그래야 하는 게 정상일지 모른다.

'지식의 지배'를 쓴 레스터 서로 MIT 교수는 책을 사무실에서 쓰지 않는다. 자신이 던진 몇 가지 아젠다에 대해 조교들이 수년간 자료 조사를 끝내면 그 원고 뭉치를 들고 사우스다코타 주에 있는 별장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며칠,몇 달을 쉬면서 글을 쓴다. 그건 일일까 휴가일까.

국내 대기업 그룹 창업주 가운데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을 피해 외국으로 거처를 옮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놀러가는 게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다. 창업주가 아프면 경영 리스크가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휴가 시즌의 풍경은 사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가만히 보면 공통점이 있다. 철저히 자기를 위해서 쓴다는 것이다. 굳이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휴가를 전략적으로 쓴다고 보는 게 옳다.

'생각 휴가'나 '글 쓰는 휴가'가 부담스러우면 생각거리 한두 가지만 갖고 떠나면 된다. 산에서,바다에서 또는 고향집에 혼자 있게 될 때 그 생각만 떠올리면 된다.

추천 화두가 여기 있다. '우리 회사의 업(業)은 무엇인가''우리 회사는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가''나는 이 사업을 왜 하는가''우리 회사는 내가 없어도 돌아갈 것인가''우리 회사는 100년을 갈 수 있을까'.

일상을 벗어나 이런 화두를 파다 보면 어쩌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비장미까지 느낄지 모를 일이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깨달음을 얻을지 누가 아는가. 내공 깊은 '고수'가 되는 길에는 이런 수양이 반드시 필요하고 휴가야말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다. 경영은 휴가 시즌에도 쉬지 않는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