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옳으냐를 따지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차이다. 서로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시집갈 나이가 꽉 찬 딸을 둔 엄격한 아버지가 있었다. 자기 딸을 좋은 남자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손수 사위를 고르고자 했다. 아버지 나름대로 사윗감의 기준이 있었다.
첫째, 남자는 모름지기 직업이 좋아야하고
둘째, 일할 때 태도
셋째, 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딸이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들을 한명씩 저녁식사에 초대해 직업, 태도, 체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아버지가 딸에게 말했다.
“데려올 남자친구들은 반드시 직장에서 일하는 제복을 입게 하고, 여기 15층까지 절대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직접 두발로 걸어오게 해라.”

첫 번째 남자 친구가 현관에 당도했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고 힘들어했다. 숨을 헐떡거리는 바람에 첫 대면에 어른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그의 직업은 소방관이었다. 그 무거운 소화 장비와 답답한 방화 복을 입고 15층을 걸어올라 온 것이었다.

두 번째 남자 친구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데 손바닥만 한 팬티 하나만 걸친 채 벌거숭이였다. 그는 민망하여 제대로 어른들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의 직업은 수영코치였다.

세 번째 남자 친구가 거실로 들어왔다. 말끔한 양복에 숨을 헐떡이지도 않았다. 말도 믿음직스럽게 했고 매너도 세련됐다. 아버지는 이 남자가 맘에 들어 딸과 결혼시켰다.

그런데 이남자의 진짜 직업은 여자들 후리는 바람둥이였다. 장인을 처음 대면하는 그날 세탁소에서 빌린 양복을 입고, 14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는 한 층만 걸어왔던 것이다. 여자를 꾀던 능숙한 언행으로 장인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정글 속 늪지대는 습하고 벌레들이 우글거려 사람에겐 지옥이다. 그러나 악어에겐 이 보다 더 좋은 천국은 없다. 눈 두개, 입 하나인 사람들끼리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땅만 같이 딛고 있지, 머리는 허공의 다른 별들을 향하고 있듯이 인간은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해석하고 의미를 달며 살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옳고 절대적으로 틀린 것은 없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나만이 옳다는 생각만큼 위험천만인 생각도 없다. 4+6도 10이고 7+3도 10이다. 누가 더 깊고 누가 더 옳으냐를 따지기에 앞서 서로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할 것이다.(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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