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행정지도 따른 담합도 '위법'
[한국기업 '리걸 트랩' 비상] (1) 기업들 '규제피해 대응법'

미국 법무부로부터 수억달러의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례가 있는 A사는 최근 매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담합 예방 교육'을 벌이고 있다. 교육 내용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로 요약된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 업체 직원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물증이 남는 이메일을 통한 의견 교환도 금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담합 수사와 관련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주요 수출국 대관 업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담합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B사 관계자는 "각국 정부가 담합과 관련한 기획 수사를 자주 벌이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담합 누명'을 쓸 수 있다고 보고 해외 대관 인력을 증원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 카르텔'의 일원으로 낙인 찍히면 각국 정부로부터 다중 제재를 받게 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음은 공정위가 밝힌 '공정경제 규제 대응 요령'이다.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도 '위법'

정부가 업계의 협업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지도를 할 때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담합이 유도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에 호응한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논리를 외국 시장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행정지도의 내용 중 담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사항이 있다면 기업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며 "정부기관의 행정지도에 의해 담합이 유도되는 경우 역시 위법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자율형식 생산량 제한도 금지

공급 과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업계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자발적으로 생산량을 조금씩 줄이면 제품 가격이 올라 모든 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시기에 자주 등장하는 게 '업종별 협의체'다. 이들은 업종 내 경쟁 업체들에 자율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것을 권고한다. 일정 가격 이하로 물건을 팔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의 자발적인 자구 노력도 '공정경제'의 잣대로 보면 명백한 위법 행위다. 협의체의 권고안을 수용할지를 각 기업이 결정하는 '자율 카르텔'이라 하더라도 가격이나 생산량을 결의하면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당국의 조사에 최대한 협력해야

공정위는 담합이나 불공정거래를 시인한 기업에 처벌을 면해주는 '리니언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직원들이 공정거래와 관련된 법령을 어겼는지를 즉시 포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문제 발생 시 즉시 공정거래 당국에 신고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일단 조사가 시작되면 무조건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2007년 유럽연합(EU)의 비디오테이프 담합 조사 때 4700만유로를 벌금으로 냈던 소니가 반면교사의 사례다. 당시 소니는 담합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는 것을 거부하고 증거가 될 만한 문서를 폐기해 과징금이 30%가량 할증됐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