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송화시장, 고객 이사제 운영… 고객 1000여명에 이벤트 문자
의정부 제일시장, 옥상에 공원… 지방상인 수천명 견학 오기도
백화점 못잖은 재래시장… 고객DB에 문화강좌까지

'변해야 살아남는다. '

대형마트에 이어 기업형 슈퍼마켓(SSM)까지 동네 상권을 파고들어 전통시장(재래시장)들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스스로 변신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시장들이 있다. 서울 강서구 발산동 송화골목시장과 경기 의정부 제일시장이 대표적이다. 상인들이 합심해 공원을 조성하고,고객DB(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문화강좌까지 열어 손님들이 찾아오는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고객DB 작성,고객이사제까지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부근 송화골목시장은 지난달 세일행사 때 경품 응모권에 적힌 이름 · 연락처를 토대로 고객DB를 만들고 있다. 조덕준 송화골목시장조합 회장은 "2005년부터 응모권 행사를 해왔지만 작년부터 본격 전산화 작업을 시작했다"며 "현재 1000여명의 정보를 확보해 8월부터 고객들에게 이벤트 문자안내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4000㎡(1200여평) 규모에 108개 점포가 들어선 송화골목시장은 2002년부터 반경 2㎞ 안에 이마트(2개),홈플러스,그랜드마트 등 대형마트 4곳이 잇달아 들어서 위기를 맞았다. 이에 시장 측은 2003년 시설 현대화에 이어 2007년부터는 인근 부녀회장 12명으로 구성된 고객이사회를 도입했다. 고객이사회는 두세 달마다 시장의 체계적인 경영방안을 토론하는데,여기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어린이 대상 이벤트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림그리기 대회 △어린이 한복패션 대회 등을 열었고,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부모에게는 시장을 설명해 준다. 그 덕에 현재 고객의 절반이 20~40대이다.

'마음을 파는 송화시장'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가격정찰제와 원산지 표시제도 시행하고 있다. 채소 · 해산물 상점의 약 80%가 참여한다. 조 회장은 "200m 떨어진 곳에 지난 22일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들어섰고 GS슈퍼마켓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잇달아 문을 열 예정이어서 상인들이 불안해 한다"며 "재래시장 상품의 90%가 1차 식품이기 때문에 SSM이 공산품 · 가공식품에 주력한다면 공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못지 않은 문화마케팅도

1만5000㎡(4650평) 부지에 750여개 점포가 들어선 대형시장인 의정부 제일시장은 송화골목시장과 함께 재래시장 선진화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지방 상인 2000여명이 견학했고 올 상반기에도 1000여명이 다녀갔다. 가장 큰 특징은 시장을 관통하는 폭 15m짜리 십자대로.가운데 점포를 제외한 통로가 일반 시장의 3배인 6m에 달해 고객들이 다니는 데 불편함을 없앴다.

2년 전 통로 확장이 제일시장의 첫 변신이었다면 지금은 '제2 변신'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에서 지원받은 29억원과 상인들의 쌈짓돈을 모아 총 30억여원으로 올 연말부터 옥상 주차장 증축공사에 들어간다. 층을 올려 주차대수를 늘리고(270대→410대) 일부 공간은 '젊은이의 공원'으로 만든다. 김진권 제일시장 번영회장은 "시장을 나이든 사람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며 "공원 내에 X게임장,조형물 등을 갖춰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시장은 백화점 못지 않은 문화마케팅으로도 유명하다. 무료 국악교실(월),노래교실(화~목)에는 주부들이 50~70명씩 몰려와 강의장을 가득 메운다. 지난 3~6월엔 1등 1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손님들의 장기를 겨루는 '스타킹' 대회를 열었고,이달 18일에는 경기도 권투협회와 함께 권투대회까지 치렀다. 이곳에서 '영선네 비빔국수'를 운영하는 최애란씨(54)는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이곳에는 활기가 돌아 주말에는 100그릇도 넘게 판다"며 "빈 점포는커녕 점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적인 '스타 시장'이지만 SSM과 대형마트의 진입을 걱정하긴 마찬가지.고진권 번영회 과장은 "주변에 성화마트,SM마트 등 SSM 4~5곳이 생기면서 고객들을 중간에 끊어가고 있다"며 "직선거리로 300m 떨어진 의정부 민자역사에 신세계백화점이 문을 열면 이마트 물건을 팔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최진석/강유현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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